'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 반가운 요즘이다. 특히 '진짜' 배우들이라고 불릴만한 연기자들은 비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작가 노나미 아사의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영화화 한 '하울링'(16일 개봉)에서 배우 송강호는 여배우 이나영을 서포트한다. 그렇기에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영화 속 송강호의 비중이 다소 놀랄 법도 하다. 그간 굵직한 한국영화에서 주인공으로 극을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송강호가 이번에는 여주인공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송강호는 오히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상길이 조연에 가까울 정도로 비중이 적었다"라며 "역할의 비중을 떠나 이 작품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메시지에 감화됐다"라고 전했다. "사회 곳곳에 묵인되고 있는 폭력성, 사회적 강자를 상대로 미물에 가까운 짐승과 가녀린 여형사 등 약자들이 싸우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생활형 형사 연기는 영화 내내 존재감을 발산한다. 극중 승진에 목말라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상길로 분한 그는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는 신참 형사 은영(이나영)에게 서서히 동화되가는 과정을 흡인력있게 펼쳐보인다.
'국민배우' 안성기는 현재 상영중인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스스로 출연 분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나리오에서는 마라톤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2012년 금메달을 위해 페이스메이커 주만호(김명민)를 영입한 인물인 박성일 감독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더 있었지만 그는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에 스스로 이를 삭제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주만호(김명민)가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영화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오히려 관객에게 집중도가 흐려질까 염려한 국민 배우의 겸손함이다.
지난 달 18일 개봉한 영화 '댄싱퀸'으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으며 사랑 받고 있는 황정민에게도 비중은 큰 의미가 없다. '달콤한 인생', '평양성' 등에서도 짧은 분량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그는 차기작도 비중이 아닌 캐릭터와 영화의 매력도로 선택했다.
황정민의 차기작은 오는 4~5월 크랭크인 예정인 영화 '신세계'.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를 집필하고 '혈투'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으로, 국내 최대 조직에 잠입한 형사가 조직의 보스가 죽은 뒤 벌어지는 후계자 다툼 속에서 경찰보다 자신을 더 믿는 조직 넘버2와 경찰 고위층 사이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최민식은 경찰간부를, 황정민은 조직 넘버2이자 이정재를 목숨보다 아끼는 인물을, 이정재는 조직에 잠입했다가 어느새 넘버3가 된 인물을 맡는다. 비중으로만 본다면 다른 인물들에 비해 적을 수도 있지만, 영화 전체의 흐름과 배우들과의 조화, 시너지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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