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28)은 리그 최고의 대도(大盜)다. 올 시즌 프로 10년차를 맞이하는 이대형의 통산 도루숫자는 341개, 지난 5시즌 동안에는 무려 28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대형이 지금까지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겨우 30대 초중반의 나이로 전준호가 기록한 도루 550개를 넘어 역대 도루왕에 등극하게 된다.
이대형은 베이스간을 3.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가진 것과 더불어 186cm의 신장을 활용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상대 배터리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통산 출루율은 3할3푼1리지만 5년 연속 100경기 이상을 출장할 만큼 다리만큼이나 타고난 내구력을 지녔다.
2011시즌에도 이대형은 도루부분 타이틀을 향해 쾌속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5월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도중 왼쪽 어깨 부상을 입었다. 이대형의 결장과 함께 2위를 달리던 LG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약 한 달 후 출장을 감행했지만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

결국 주전으로 자리 잡고 가장 좋지 못한 타율 2할4푼9리, 출루율 3할1푼을 올렸고 부상 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자제하면서 도루 성공률 역시 66.7%에 그쳤다. 도루 34개로 4년 동안 지켜온 도루왕 타이틀도 두산 오재원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오는 시즌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비시즌에도 훈련에 임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선 타격시 흔들렸던 상·하체를 고정시키기 위해 김무관 코치와 특훈에 들어간 상황이다. ‘무관매직’이라 불리는 김 코치의 지도력은 탁월하다. 선수들에게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핵심 포인트만 캐치해 재능을 끌어낸다. 김 코치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 4년 동안 롯데는 최고의 화력을 뽐낼 수 있었다.
이대형이 그라운드를 휘저어야 LG의 공격도 활기차게 돌아간다. 지난 시즌 LG는 이대형이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 경기당 5득점을 올렸지만 이대형이 팀을 떠난 6월 6일부터 7월 15일까지는 경기당 4.12점을 냈다. 팀 도루도 67개에서 14개로 급락했다. 이대형이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는 위축된다. 투수는 변화구를 던지기 꺼려지고 포수는 타자와의 승부를 서두르게 된다. 이대형의 다리가 팀 전체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대형은 2008시즌 출루율 3할1푼7리로도 63개의 도루를 올렸다. 3할5푼대의 출루율이라면 60개 이상의 도루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리드오프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LG가 도약하기 위해선 이대형이 뛰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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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