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좌완 특급 장원삼은 이상할 만큼 홀수해와 짝수해의 성적이 엇갈렸다. 홀수해 징크스라 불릴 만큼 홀수해만 되면 부상 또는 부진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프로 데뷔 후 짝수해마다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힘찬 날갯짓을 했다.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구장에서 만난 장원삼은 "좋아야지. 짝수핸데. 그놈의 짝수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홀수해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꼬리표를 떼내고 해마다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는 의미였다.
권혁과 함께 예정보다 열흘 먼저 괌 캠프에 입성한 장원삼은 자신이 계획했던 훈련 스케줄을 모두 소화했다. 스스로 자랑스러울 만큼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작년에는 괌에서 공을 잡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컨디션이 아주 좋다". 장원삼은 10일 자체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구위를 점검할 예정.

괌에서 훈련에 몰두했던 그는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다. 장원삼은 "얼굴이 되게 많이 탔다. 선크림을 발라도 10분 만에 땀범벅이 된다. 이왕 타는거 멋있게 타야 하는데 촌놈 비슷하게 됐다"고 푸념하기도. 괌에서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든 만큼 오키나와에서는 실전 감각을 익히는데 주력할 계획.
장원삼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서 좌완 특급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대만에 입성한 뒤 "아시아 시리즈 MVP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런거 하나 받아놔야 하지 않겠냐"고 했었다.
그는 11월 25일 퍼스 히트와의 개막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장원삼은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2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결승전에서도 선발 등판해 6⅓이닝 1실점(5피안타 1볼넷 3탈삼진)으로 5-3 승리를 견인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아시아 시리즈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당시 장원삼은 "지금의 좋은 감각을 이어 가기 위해 도미니카 윈터리그라도 가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장원삼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승수를 많이 쌓는 것도 좋지만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게 첫 번째 목표"라며 "많은 이닝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레 성적은 좋아진다. 조기 강판 이런거 말고 마운드 위에 오래 서 있고 싶다"고 갈망했다.
옆에 있던 권혁(29)은 "우린 작년에 아홉수였다. 올핸 잘 할거야. 당장이라고 경기에 나설 만큼 좋다"고 어깨를 다독였다. 2010년 팀내 최다승에 올랐던 장원삼은 올 시즌에는 8개 구단 최다승 투수에 도전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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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