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웅, 긍정의 힘으로 선발 조준…"군 입대, 내겐 행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10 14: 05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은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창 나이 때 국가를 위해 바치는 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어떤 이들은 그 2년을 시간낭비라 생각하며 외면하고 도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또 다른 이들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는 생각으로 자기발전의 기회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지난 3일 경찰청 야구단 5기로 입소한 윤지웅(24)은 후자에 가까웠다. 서슴지 않고 "군대에 입대한 건 행운"이라고 말 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다. 생활 속 작은 순간까지 모두 야구기량 발전의 기회로 생각 할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도 깊다.
부산공고-동의대를 나와 2011년 넥센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했던 좌완 윤지웅은 데뷔 첫 해 53경기에 나와 28⅔이닝 2승 9홀드 평균자책점 4.08로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뛰어난 제구력이 돋보이는 기교파 투수인 윤지웅은 대담성을 바탕으로 한 두뇌 피칭으로 넥센 계투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장차 넥센 마운드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주목 받았으나 FA 이택근의 넥센 입단 때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LG는 윤지웅이 곧바로 군입대를 할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명해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입단한지 한 해만에 곧바로 이적하게 돼 아쉬움이 없냐는 물음에 윤지웅은 "물론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모두 함께하고 싶어서 아쉽긴 했다.그렇지만 운동은 어디서 하든지 똑같은거 아닌가. 이적 사실을 알고나서 처음엔 조금 당황도 했지만 야구판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제 갓 프로무대를 밟은 신인답지 않은 답이었다.
그렇지만 입단 동기인 고종욱, 김대우와의 작별은 아쉬웠나보다. 그는 "대졸 입단동기라 셋이서 참 친했다. 그런데 나 혼자 LG로 가게 됐다. 거기에다가 둘은 모두 상무로 갔는데 나만 경찰청에 가게 됐다"며 "종욱이가 나더러 배신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 내가 선발 등판할 때 몸 조심해라'고 농담도 던졌다"면서 웃었다.
윤지웅은 지난해 1군에 붙박이로 머물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프로무대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는 "성적은 나왔지만 불만족"이라며 잘라 말했다. "일단 투구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정민태 투수코치님이 계속 조언도 해 주셨는데 내가 잘 못 따라갔다. 밸런스가 무너지는게 느껴졌다"고 분석한 윤지웅은 "이제 군대에 왔으니 2년 동안 밸런스를 잡고싶다. 진필중 코치님처럼 훌륭한 분이 계시니 많이 배울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많은 이들이 피하고만 싶어하는 군대, 그렇지만 윤지웅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야구만 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손승락, 최형우 선배 등 경찰청 나와서 성공신화를 썼던 사례가 있는데 나라고 못 하리란법 없다"면서 "매 순간을 운동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해 윤지웅을 괴롭혔던 '밸런스 문제'가 경찰청에 들어오고 나서 조금씩 잡혀간다고 했다. 그는 "밤에 섀도우 피칭을 하고 있다. 그때 하체 밸런스가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운동을 쉬었더니 오히려 뭔가 풀린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군대에 온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기뻐했다.
작년 10월초 시즌이 끝난 뒤 4개월이나 공을 놓았지만 한 순간도 야구를 잊지 않았다. 윤지웅은 "훈련소에서 자려고 누웠을 때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와 같은 좌완 가운데 장원삼, 차우찬의 투구폼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투구 동작에 내 얼굴을 합성해 떠올리며 투구폼을 그려보고자 했다"면서 "또 훈련소에서 구보를 하거나 행군을 할 때도 '모두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니 즐겁게 훈련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엔 훈련소 조교로부터 '군대 체질이니 말뚝 박아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면서 웃음지었다.
경찰청에서 2년을 보낸 뒤 윤지웅의 목표는 선발투수 데뷔다. "모든 투수들의 로망은 선발투수 아닌가"라고 되묻더니 "대학교 때는 많은 공을 던졌는데 1년 계투만 뛰어서 체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군대에서 2년동안 볼 개수, 체력, 기술 등 선발투수를 위한 모든 걸 보강한 뒤 기회를 엿보겠다. 물론 경찰청 안에서 주전 경쟁에 이기고 난 다음 이야기"라고 힘줘 말했다.
군 복무 2년은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이에게는 시간낭비일 수 있지만 철저한 준비로 자기발전의 기회를 삼고자 하는 이에겐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윤지웅의 2년 뒤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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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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