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김성균 "미친 존재감?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평범男"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2.10 14: 55

[OSEN=김경주 인턴기자] 이름 김성균. 나이는 33살. 출연한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단 한 편.
이 영화 한 편으로 그는 단숨에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배우 최민식, 하정우, 마동석, 조진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줄지어 있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신인배우로서는 어찌 보면 기가 죽을 법도 했지만 그는 당당했다. 그리고 당당함의 원천은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이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 역.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인 하정우 옆에서 그를 충성으로 따르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심복으로 등장한 김성균은 영화 내내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아마 영화를 관람한 모든 관객들도 그렇게 느꼈나보다. 포털 사이트에 '김성균'이라는 이름을 써 넣으면 자동으로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가 딸려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난 8일 만난 그는 '미친 존재감'이라는 별명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자신은 그저 집에서 밥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는 평범한 남자란다.
"별개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인터넷에 나오는 '미친 존재감'을 가진 친구랑 김성균은 다른 친구 같습니다. 인터넷에선 '미친 존재감'이라고 나오는데 저는 집에서 밥하고 음식물 쓰레기 가져다 버리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오히려 '미친 존재감'의 배우는 어떻게 생활할지 정말 궁금해요(웃음)."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80년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위 건물들이나 인물들의 복장, 헤어 스타일 등 모든 것이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아버지의 앨범을 펼쳐서 보다 보면 꼭 등장하는 단발머리를 그는 원래 자신의 머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약간은 웃긴(?) 모습에 걱정도 많이 했다고.
"처음에는 단발머리를 붙였는데 3개월 넘게 촬영을 하다보니 머리가 길잖아요. 그때는 붙였던 머리를 떼어내고 오히려 제 머리를 잘라야 할 정도였습니다. 제 모습을 봤을때 처음에는 재밌어서 사진을 찍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웃음을 전담하고 있는 캐릭터가 아닌데 관객분들이 웃으시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웃을 장면이 아닌데 웃으실까봐요."
'범죄와의 전쟁'에 숨어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까한다. 바로 극 중 마지막 부분에 최민식이 안고 있는 아이가 김성균의 친아들이라는 사실. 혹시 아역배우로 키우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라고 쑥스럽게 웃은 그는 만약 아이가 연기자가 되길 원한다면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해주겠다고 전했다.
"돌잔치 시나리오가 있는데 아이가 나오더라고요. 그것을 보고 조감독에게 '우리 아들도 큰 편이다. 돌은 안됐지만'이라고 은근히 던졌어요(웃음). 나중에 애기 역할을 찾다가 돌잔치에서 우는 장면만 찍으면 되는거여서 데려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촬영을 겪다보니 어른도 힘든 촬영이라 아이가 너무 걱정이 되는거에요. 마지막엔 안 했으면 싶었죠. 그런데 제 아내가 욕심을 내더라고요.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고요. 그래서 그럼 하자고 했죠. 정말 고생했습니다. 자는 애 깨우고 난리도 아니었어요(웃음)."
본의 아니게 그는 영화 속에서 최민식을 때려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가 모시는(?) 하정우와 최민식이 서로 반대의 길로 들어서면서 최민식에게 모질게 대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영화가 처음인 신인 배우에게 대선배 최민식을 때리는 일이란 힘들지 않았을까.
"부담이 정말 컸죠. 그렇지만 제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선배님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피곤해지니까요. NG가 나면 계속해서 또 찍어야 하잖아요. 그게 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마음속으로는 울면서 선배님을 때려야 했습니다(웃음). 최민식 선배님은 정말 장난끼도 많고 촬영장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신인 배우들, 후배들 그리고 단역들 조차도 챙기시고 농담도 해주시면서 긴장을 많이 풀어주세요. 정말 재밌으신 분이죠. 제 롤 모델이기도 합니다. 연륜이라는 부분과 그 경험은 감히 제가 흉내낼 수도 없는 부분이고 그만큼의 연륜이 있는데도 매 장면마다 진심과 혼신을 다해서 연기하시는 모습을 본 받고 싶습니다"
김성균은 영화계에서는 첫 얼굴을 내비친 신인 배우이지만 연극계에서는 알아주는 연극 배우. 7~8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그는 긴 시간 동안 영화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 결단력이 부족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화 오디션을 본 적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디션을 통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돼있었고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연극을 포기해야할까 고민도 많이 했었습니다. 또 연극이란 건 한 달 두 달 장기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일정이 매일 바뀌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공연을 펑크낼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죠. 영화를 하고 싶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결단력이나 용기가 없었던 거죠. 무대에 오르지 않은 채 언제 영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2년 동안 오디션을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인내가 부족했죠. 그래서 계속 연극 공연을 해 왔습니다."
영화와 연극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참 많은 장르다. 우선 연극은 한 번 시작하면 NG없이 끝까지 진행이 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영화는 몇 번을 다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기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영화를 처음 겪어보면서 순간적인 집중력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을 끄집어내서 다른 인물을 표현한다는건 영화와 연극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연극은 관객과 소통하고 끊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제가 극을 몰고 나가야되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나갔을때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죠. 영화는 NG라는 것이 있으니까 다양하게 연기를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연극은 첫 발을 내딛으면 쭉 달려야하지만 영화는 찍어 놓고 제 모습을 모니터를 하고 순간적인 집중력인 필요한 장르이더라고요. 그런 점이 연극과 달라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직 한 편의 영화만으로 '미친 존재감'이 돼버린 김성균. 과연 '미친 존재감'은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을까. 그는 자신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가난한 부부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당분간 영화에 집중하며 '맛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연기라면 다 해보고 싶죠. 멜로도 해보고 싶고 가슴 찡한 가난한 부부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부부 사이에서의 재미난 이야기들 말이에요(웃음). 그리고 앞으로는 맛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정확히 무어라 정의를 내릴 수는 없는데 저 배우 맛깔난다, 생각난다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 보면 생각나는 배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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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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