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직구 일변도 없다. 체인지업 연마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한화 '광속 사이드암' 정재원(28)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강속구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스타일을 버리고, 체인지업을 장착해 투구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곧 정재원의 약점으로 지적된 제구력과 자신감 강화로 이어질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맹훈련하고 있는 정재원은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다. 손가락이 짧아서 포크볼을 어렵지만 최대한 손가락 벌린 반포크볼 형식으로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생각보다 잘 되고 있다"며 체인지업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실 정재원은 4년 전에도 한용덕 투수코치로부터 체인지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그때 코치님께서 한 번 던져보라고 하셨는데, 조금 하다말았다. 워낙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강할 때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정재원은 1군 주력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4경기에서 1승3홀드 평균자책점 8.0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4월 한 달간 12경기 1승3홀드 평균자책점 1.98로 특급 불펜이 되는 듯했지만, 5월 이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18로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 기간 13⅓이닝을 던지며 볼넷 11개 사구 7개를 남발했다.
한대화 감독은 "정말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무너졌다. 결국 그게 냉정한 실력이다. 그 고비만 잘 넘기면 성장하는건데, 그걸 넘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재원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잘 안 되더라. 갑자기 그렇게 됐다"며 스스로도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1~2구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서 스스로 쫓겼다. 재원이 같은 경우는 워낙 공이 좋기 때문에 1~2구만 유리하게 점유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신감 문제라는 이야기. 체인지업 장착은 정재원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무기가 될수 있다.
정재원은 "직구와 슬라이더로만은 한계가 있었다. 밑으로 떨어지는 공을 던지면 타자들이 조금 더 헷갈릴 것"이라며 "아무리 직구가 좋아도 상대가 알고 치면 어쩔 수 없다. 체인지업·제구를 키워서 꾸준히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민철 코치는 "체인지업이 잘 떨어진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재원의 지난해 경험을 거울삼아 올해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키워드는 자신감의 원천이 될 체인지업이다. 지난 8일(한국시간) 첫 자체 홍백전에서도 정재원은 피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탈삼진 6개 포함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올 시즌 정재원을 점점 더 기대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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