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은 2012년 우리나이로 서른 살을 맞았다.
야구선수로 왜 서른 살이 중요할까. 선수생명이 짧은 축구선수는 이제 서서히 노장 반열에 접어들 나이가 되지만, 야구 선수는 한창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서른 살이면 고졸 선수는 프로데뷔 10년, 대졸 선수는 6년에 해당한다. 신체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동시에 노련미까지 더해져 선수 생활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나이가 바로 서른 살이다.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서른 살이 되는 해 본인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최전성기를 꽃피우는 선수를 가리켜 '약속의 서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SK 와이번스 외야수 안치용은 LG 트윈스에서 뛰던 2008년이 돼서야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선보였다. 신일고 시절 '천재 타자'로 불렸던 그였으나 '게으른 천재'에 가까웠던 안치용은 서른 살이 되던 2008년 타율 2할9푼5리 7홈런 52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올해 서른 살을 맞이한 미완의 대기, 혹은 부활 기대주는 누가 있을까. 서른 살을 표현하는 다른 말은 이립(而立-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다)처럼 팀 내 주전경쟁에서 승리, 팀 성적까지 움직일 수 있는 선수들을 꼽아봤다.
▲ 삼성 라이온즈 - 조동찬
박진만이 2005년 FA로 삼성에 새 둥지를 틀기 전, 삼성에는 대형 유격수감 선수가 있었다. 조동찬은 2004년 123경기에 나서 홈런 7개를 곁들이며 가능성을 보이더니 2005년 122경기 타율 2할7푼4리 16홈런 63타점 17도루로 맹활약을 펼쳤다.
조동찬의 발목을 잡은 건 잔부상이다. 박진만 입단 후 3루수로 전향, 2006년 까지는 좋은 활약을 보였으나 이후로는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장타력과 빠른 발을 동시에 갖춰 5툴 플레이어로 각광을 받는 그였지만 기대에 조금씩 못 미쳤다. 2010년 타율 2할9푼2리 9홈런 51타점 33도루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극적으로 합류,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지난해 또 부상에 신음하며 급전직하했다.
이제 조동찬은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정착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조동찬이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삼성 내야진은 약점이 없어진다.
▲ SK 와이번스 - 박희수
SK 좌완투수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지난해 최고의 좌완 히트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박희수다.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기량을 꽃 피우지 못했던 박희수는 매년 트레이드 시장에서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SK는 박희수를 계속 품고 있었고 마침내 기량이 만개했다.
지난 시즌 39경기에 출전, 67이닝 4승 2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을 거둔 박희수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이대호를 상대로 인상적인 삼진을 뽑아내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1할7푼5리의 시즌 피안타율은 좌완 불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올 시즌 박희수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FA로 정대현과 이승호가 팀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의 몫까지 던져야만 한다. 서른 즈음에 돼서야 제 기량을 온전히 펼친 박희수가 서른 살이 된 올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박희수의 활약에 따라 SK 불펜 성적이 결정될 전망이다.
▲ KIA 타이거즈 - 김진우, 신종길
'돌아온 풍운아' 김진우는 올해로 서른 살을 맞이한다. 운동을 쉰 공백기만 2년이 넘지만 워낙 어린 나이부터 주전 투수로 뛰었기에 이제 서른 살이 됐다. 지난해 막판 팀에 합류해서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폭포수 커브를 그대로 선보이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한창 담금질 중인 김진우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원래 신체적 능력이 최고인 투수인데다가 시련까지 겪으며 정신력까지 한층 단단해졌다. 한 번 실패를 맛봤기에 지금 찾아온 기회가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전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진우의 보직은 한기주의 몸 상태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매년 스프링캠프만 되면 기대감을 불러오는 외야수 신종길도 이제 서른 살이다. 빠른 발과 일발 장타를 갖춰 KIA 외야를 책임질 기대주로 꼽혔지만 번번히 정규시즌만 들어가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2010년 58경기에 나서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3할 타율을 넘기기도 했지만 지난해 116경기 출전, 타율 2할2푼1리로 급락했다. 하지만 도루를 23개나 기록하며 여전히 빠른 발은 충분히 과시했다. 신종길이 주전 우익수 자리를 채워 준다면 KIA는 큰 걱정을 덜 수 있다.
▲ LG 트윈스 - 이대형, 이동현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도루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꼽자면 단연 이대형이다. 말 그대로 이대형은 1루에 나가면 뛴다. 아쉬운 건 출루율이 낮다는 점이다. 출루율 3할4푼1리를 기록했던 2010년 이대형은 66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만약 이대형이 출루율 4할을 기록한다면 1994년 이종범이 기록했던 84도루를 경신하는 건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대형의 타격 자세를 수정하기 위해 수 많은 코치들이 손을 걷어 붙였으나 큰 성과를 보진 못했다. 타격하는 순간 1루로 달려나가기 위해 몸이 빨리 열리는 게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대형은 이번 스프링캠프서 김무관 타격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고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넓은 잠실구장의 외야를 지키는 이대형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렇지만 통산 출루율 3할3푼1리는 리드오프 치고는 너무 낮다. 이대형이 얼마나 많이 1루에 나가느냐에 LG 득점력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현도 올해 서른 살이다. 데뷔 2년 차였던 2002년 이동현은 중간계투로 78경기에 출전, 무려 124⅔이닝을 던지며 8승 3패 6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 2.67로 불타 올랐다. 2002년 LG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이동현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후 이동현은 마당쇠로 LG 마운드를 꾸준히 지켰지만 두 번의 수술이라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많은 이들이 이동현의 부활이 힘들 것이라 봤지만 2010년 놀라운 투혼을 보여줘 LG 허리를 지켰다. 그렇지만 지난해 이동현은 33이닝만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6.27로 부진했다. 홀드는 7개를 올렸지만 무려 피안타율이 2할9푼5리로 치솟았다. 올 시즌 LG의 불펜 사정은 송신영의 이탈로 더욱 어려워졌다. 프로 10년차 이동현이 다시 LG를 가을야구로 데려다 줄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 연경흠
외야수 연경흠은 지난해 제대와 동시에 곧바로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에 합류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한화가 최하위로 추락했던 2009년, 연경흠은 외야수로 출전하며 타율 2할5푼3리 11홈런 47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9년 7월 16일 사직구장에서 기록했던 프로야구 통산 20000호 홈런은 덤이었다. 언제든 일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거포 외야수 후보로 각광받기도 했다.
문제는 선구안이었다. 2009년 2번 타자로 주로 출전하며 주전 좌익수로 활약했지만 볼넷 대 삼진 비율이 1:2(볼넷 34, 삼진 88)가 넘어갔다. 주로 좌익수로 뛰었지만 돌아온 팀에는 최진행이라는 벽이 버티고 있다. 발이 빠른 편이 아니기에 중견수 전환이 어렵다면 주전 우익수를 노려볼 만하다. 물론 어깨를 강화하고 수비훈련을 착실하게 하는 등 단내 나는 담금질이 필수다. 과연 또 한 명의 '경찰청 신화'가 탄생할 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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