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냐고? 당연히 울었다."
나영석호 '1박2일'이 마지막 여행을 마쳤다. 지난 10일 전북 정읍에서 시작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마지막 녹화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나영석 PD를 11일 오후, 여의도 KBS 예능국에서 직접 만났다. 오자마자 내일(12일) 방송분 편집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 씻지도 못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편집실로 향하는 그와 마지막 촬영을 끝낸 소감을 나눴다.
나 PD는 "클로징 촬영을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며 "사실 오늘 아침에 기분은 평소 녹화 때나 다름이 없더라. 끝이라고 하니까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냥 지금까지 100번 넘게 맞았던 촬영 이틀째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눈물이란 게 전염성이 있지 않냐"라며 "클로징을 하고 스태프들이 팀별로 돌아가며 멤버들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멤버들이 서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감정이 울컥해지는 모습을 볼 때보다 오래 함께 일한 FD나 스타일리스트,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진행팀 요원들까지 서로 작별이 아쉬워 울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 PD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역시 나 혼자만의 프로그램이 아니었구나. 그나마 나는 '1박2일'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도 받았고 멤버들도 당연히 인기를 누렸지 않나.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 해온 스태프 한명 한명까지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가졌고, 그 때문에 끝이라는 것에 대해 그토록 아쉬워한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내가 느낀 감정만큼 똑같은 크기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감동스럽기도 했다"며 마지막 촬영장에서의 복잡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또 "아까 현장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다. 지난 5년간 후회는 없다고. 운이 좋았던지 멤버들도 열심히 잘 따라줬고 스태프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하며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일하면서 쌓인 후회는 없다"며 "그런데 이제 그만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미련은 남더라. 이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을 그만해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만나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평소 청산유수에 가까운 언변을 자랑하던 나PD는 이날만큼은 말을 하다가도 머뭇거리거나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많았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들이 버거웠을까.
담담한, 그러나 너무나 애틋하게 들리는 그의 소감이 '1박2일'의 종영을 더더욱 아쉽게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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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