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tvN '더 로맨틱'이 11일 첫방송에서 몇가지 의문점을 갖고 출발하게 됐다.
이날 첫 전파를 탄 '더 로맨틱'은 시종일관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는 모습이었다. 동유럽 크로아티아를 배경으로 선남선녀 10명이 각각 짝을 지어 첫 데이트를 진행한 것.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서서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는 몇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출연자들은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화돼있었다. 여자들은 하나 같이 긴 머리에 청순한 외모를 뽐냈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썼다. 남자들도 모두 매너있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 각 출연자를 쉽게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상과 음악은 때때로 감정선을 앞서나갔다. 멜로 영화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고 각자 첫 만남을 가진 커플들을 조명하면서 로맨틱한 분위기에 지나치게 집중, 이제 막 이들의 첫 만남을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감정을 앞서나갔다. 출연자들은 대체로 뽀샤시하게 그려졌고, 이승기의 내레이션도 시종일관 진지했다.
사랑을 갈구하는 시청자들이 자신을 이입시켜 대리만족하기보다는, '건어물' 남녀들이 오징어를 씹으며 뒷담화를 하면서 보기 좋은 요소들이다.
동성 출연자들끼리의 대화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줬다. 여자들의 나이에 집착하는 남자들의 뒷담화 등은 과연 이 프로그램이 판타지를 다루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목. 5대 5 미팅을 표방하고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에 신경전이 끼어들기도 했다. 이는 남녀 관계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긴 하지만, 예쁜 멜로 영화에 SBS '짝'이 끼어든 듯 크게 튀었다.
남녀관계를 정글 속 약육강식에 비유하는 '짝'은 이같은 뒷담화가 '백미'지만, 로맨스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갑작스런 현실 개입은 꽤 이질적이다.
물론 예쁜 화면과 선남선녀들의 만남이라는 두근대는 설정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방송에서 출연자들의 애정전선이 보다 더 구체화되면 단순히 배경 뿐만 아니라 스토리까지 로맨틱한 느낌을 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KBS '1박2일' 출신의 이명한 CP는 "‘더 로맨틱’은 여성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기본 베이스는 리얼리티 이지만, 여성 취향을 고려해 로맨틱 영화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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