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진우-송우석, 프로야구 최초의 '부자 한솥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2.12 11: 39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팀에서 뛴다. 프로야구 최초의 일이다. 주인공은 한화 송진우(46) 2군 투수코치와 신인 외야수 송우석(19).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한화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현역 시절 역대 최고령 선수로 각종 투수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는 송진우 코치는 등번호 21번이 영구결번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장남 송우석도 신흥초-천안북중-천안북일고를 졸업한 뒤 올해 신고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팀 코치와 선수로 4개월째 한솥밥을 먹고 있다.
▲ 최초의 부자 한솥밥

그동안 프로야구에는 부자 야구인이 많았다. 김진영·김경기 부자, 김성근·김정준 부자, 박종훈·박윤 부자처럼 동시대에 적으로 마주친 부자들은 있어도 같은 팀에서 한솥밥 먹은 부자 야구인은 없었다. 2006년 박종훈·박윤 부자가 SK 수석코치와 신인 지명선수로 인연이 닿았지만 시즌 후 박 감독이 두산 2군 감독으로 옮기는 바람에 최초의 부자 한솥밥이 물거품 된 바 있다. 이듬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한 팀으로 뛰었지만 잠깐이었다. 김성근 감독과 김정준 전력분석코치가 SK에서 함께 있었지만, 현역으로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관계는 아니었다.
송진우·송우석 부자의 한솥밥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북일고를 졸업한 송우석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대학으로 진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 한화에 연습생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로 들어왔다. 송 코치는 "아들의 의사를 존중했다.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연습생을 자처했다. 자기만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아들의 선택과 결심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신흥초 5학년 때 체중 감량을 위해 야구를 시작한 송우석은 이후 야구에 재미를 붙여 지금까지 왔다. 그는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는 아버지처럼 투수를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투좌타인데 아버지 송 코치의 권유로 바꿨다. 송우석은 "우타석에는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 어느날 집에서 아버지가 '좌타석으로 바꿔보라'고 한 뒤로 좌타석에서 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라며 고마워했다.
사실 송진우·송우석 부자의 꿈은 같은 선수로 공을 던지고 받는 게 꿈이었다. 송우석은 "아버지와 같이 선수로 뛰자고 약속했지만 아버지가 먼저 은퇴하셨다"며 웃었다. 송우석의 고교 1학년 시절 당시 그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러나 2학년 때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해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수술과 재활 후 외야수로 변신했지만 드래프트 당시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송우석은 "외야수로 전환한지 이제 8개월째다. 수비부터 기본을 배우고 있다. 쉽지 않지만 잘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코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대학에 가도 4년을 보내야 하는 만큼 그 기간 동안 프로에서 먼저 연습하고 배운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 힘이 좋아 타격에는 소질 있다"고 평가했다. 정영기 2군 감독도 "힘을 갖췄고, 타격에도 재능이 있다. 가능성을 보고 키우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또 다른 꿈 '야구인 삼부자'
아버지와 한 팀에 있는 아들의 기분은 어떠할까. 송우석은 "집에서는 아버지와 편하게 지낸다. 그런데 경기장에서는 그럴 수 없다. 일부러 안 마주치려 하고, 말도 잘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게 송우석은 아버지 송 코치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부자지간이다. 하늘 같이 엄숙한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아버지이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격식을 차리는 게 아들은 어렵다.
반대로 송 코치는 "아들과 한 팀에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면서 웃어보였다. 지금껏 줄곧 프로팀에 묶여있는 몸이라 비시즌이 아니면 아들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팀이고,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친다. 투수코치와 외야수로 위치와 보직은 다르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만난다. 송 코치는 "자주 보니까 좋기만 하다"고 웃는다. 아들도 아버지와 단 둘 있을때는 한없이 편안하다고.
최초의 부자 한솥밥을 먹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야구 삼부자'가 되는 것이다. 송 코치의 둘째 아들 송우현은 온양중을 졸업하고 올해 북일고에 진학한다. 이제 고교 1학년인데 135km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포수 경험이 많은 송우석은 "함께 캐치볼을 해보니 어느 순간 힘이 확 붙어있더라. 공이 정말 빠르고 힘있다. 그런데 일부러 칭찬은 하지 않는다. 칭찬을 하면 노력을 안 한다"며 동생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송 코치는 둘째에 대해 "야구에 미친 애다. 열정·승부욕·근성이 대단하다"며 "첫째와 투타 대결을 한다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껏 프로야구에는 구천서-구재서, 지화동-지화선, 윤형배-윤동배, 정수근-정수성, 조동화-조동찬, 안영명-안영진, 나성용-나성범 등 많은 형제 선수들이 있지만 투타 대결을 벌인 형제는 정명원-정학원이 유일하다. 1991년 태평양 투수 정명원이 쌍방울 타자 정학원을 삼진 처리해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송우석은 "동생과 붙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3년 후를 기약했다.
물론 '신고' 딱지를 떼고 정식 선수가 되는게 1차 목표다. 그는 "아직 신고선수이기 때문에 정식 등록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그 다음에는 아버지처럼 오랫동안 1군에서 뛰고 싶다. 두산 김현수 선배처럼 정확하고 힘있는 타격을 하고 싶다. 아버지께서는 '야구를 즐겨라'고 말씀하신다. 그걸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송 코치는 "우석이는 머리도 좋고, 독서도 많이 해 지식이 풍부하다. 참 좋은 취미를 가졌다. 영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해낼 것"이라며 장남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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