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루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경쟁이 펼쳐진다면 내 백업 선수를 결정하는 무대일 것이다”.(김동주)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와 일발장타력을 지닌 미래의 거포. 그리고 젊은 실력파 내야수가 경합하는 자리다.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가 자리를 굳힌다면 남은 두 명의 출장기회가 급격히 줄어버리는 만큼 물러설 수 없는 무대다. 두산 베어스의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전지훈련서 3루수 자리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일정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두목곰’ 김동주(36)와 9년차 내야수 윤석민(27), 그리고 8년차 내야수 이원석(26)이 3루를 놓고 경쟁 중이다. 김진욱 감독은 김동주의 프리에이전트(FA) 재계약 이후 “김동주도 후배들과 경쟁해 제대로 승리했을 때 비로소 주전 3루수로 출장할 수 있다”라고 천명했다.

일단 현 상황에서는 김동주가 가장 앞선 것이 사실이다. 몸 상태에 큰 이상이 없고 팀 상황에서도 김동주가 4번 타자-3루수로 출장할 경우 지명타자 자리를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선수 본인도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3루 자리에서 진정한 명예회복을 꿈꾸고 있다.
1998년 데뷔 이래 14년 간 3할1푼 270홈런 1061타점을 올린 데다 아직도 타 팀 투수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김동주다. 자존심 강한 김동주인 만큼 ‘포지션 경쟁’이라는 단어에 정색하며 “나는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 3루수로 100경기 이상 출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았던 김동주인 만큼 시즌 중 부상 여부가 3루 자리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2차 3순위로 입단한 ‘대기만성형 유망주’ 윤석민은 타격 면에서 장점을 갖추고 있다. 2군 시절부터 타격폼까지 판박이인 모습으로 ‘제2의 김동주’라는 평을 받았던 윤석민은 지난해 80경기에서 교체 출장이 잦았음에도 2할8푼7리 4홈런 19타점으로 ‘2군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수비 면에서도 이원석과 비교되어 밀린다는 인상이 있을 뿐 거의 모든 3루수가 어려워하는 강습타구 처리 정도를 제외하면 무리가 없다.
특히 윤석민은 한화에서 2년 전부터 눈독을 들였을 정도로 현장에서 평가하는 잠재력이 큰 선수다. 3루가 취약지대로 꼽히는 한화 입장에서 장타력을 지닌 윤석민은 충분히 탐낼 만한 카드고 한대화 감독도 내심 윤석민을 트레이드 협상으로 데려올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에서도 아끼는 윤석민인 만큼 전도유망한 투수 유망주를 반대급부로 받길 바라고 있어 트레이드 협상이 수차례 틀어졌다. 윤석민은 “소극적이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적극적으로 3루 주전 경쟁에 나서겠다. 3할 타율과 풀타임 3루 출장이 목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석은 수비 면에서 가장 점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맡았던 조범현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승선 후보를 압축하던 201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내야 멀티 플레이어감으로 이원석을 내심 주목했을 정도다. 포구 후 빠르고 부드럽게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은 현장에서 국내 최고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110경기 2할1푼6리 8홈런 35타점에 그치며 타격 페이스가 하락했던 것이 아쉬웠다. 2009년 2할9푼8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갈수록 타율이 떨어지며 장점 특화의 기회를 스스로 잃고 말았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의 텃밭인 3루 자리인 만큼 두산이 바라는 ‘포스트 김동주’의 기대치는 ‘공수겸장 3루수’다. 이원석은 현재 밀어치기에 중점을 두며 과제인 타격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
주포이자 왕년의 주전 3루수는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을 후반부에서도 제대로 장식하기 위해 불꽃을 활활 태우고 있다. 두 명의 젊은 선수들도 이제는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어색해지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두산의 2012시즌 3루 주인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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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윤석민-이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