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이는 올 시즌 붙박이 중견수로 쓸 작정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를 열고 있는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올해는 해볼만 하다”며 4강 진출을 위한 팀담금질에 한창이다. 김 감독의 4강 진출 의욕을 불태우는 중심에는 ‘돌아온 택근 V'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김 감독은 스토브리그서 깜짝 FA 계약으로 다시 데려온 이택근(32)이 2009년처럼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쳐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 일환으로 포지션 변경 없이 ‘붙박이 중견수’로 못박고 이택근의 선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택근이 전천후 선수로 내외야 거의 모든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지만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중견수로 여기고 있다.

신예이던 현대 시절 이택근은 포수로 입단해 3루수, 외야수를 거쳐 1루수까지 웬만한 포지션은 다 소화하던 팔방미인이었다. 하지만 주전으로서 도약하며 오늘날 이택근의 성장을 가능케한 포지션은 ‘붙박이 중견수’였다. 넥센에서 붙박이 중견수로 고정되며 수비가 더욱 안정화되며 타격에서도 불을 뿜은 전력이 있다. 야수들은 자신의 수비 포지션이 결정돼 안정이 되면 타격에서도 더욱 활발한 활약을 보인다.
이택근이 히어로즈 시절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안팎의 인정을 받을 때가 붙박이 중견수로 뛴 2008년과 2009년이었다. 특히 2009시즌은 이택근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타율은 2008년 3할1푼7리보다 조금 낮은 3할1푼1리였지만 홈런 타점 등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5홈런 66타점에 도루 49개를 기록, 중장거리포에 빠른 발까지 갖춘 ‘우타 외야수’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2010시즌 LG 트윈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팀사정상 외야와 1루를 오르내리면서 개인성적도 기대에 못미쳤다. 게다가 무릎 등 잔부상으로 지난 2년간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이택근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시기를 잘 알고 있는 김시진 감독은 일찌감치 이택근을 ‘붙박이 중견수’에 중심타자로 공언,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지녀 중견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 안정된 홈송구 등을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택근이와 김병현은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내게 할 것이다. 꽁꽁 숨겨놓고 타팀들을 경계토록 만들겠다”며 둘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주로 중견수로 뛰었던 장기영은 스프링캠프에서 우익수와 좌익수로 옮겨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이택근의 또 다른 포지션이었던 1루수에는 박병호와 오재일이 훈련하고 있다. 김 감독은 “택근이가 1루를 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경기 후반 엔트리가 바닥날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택근의 1루 글러브는 필요없을 전망이다.

LG 시절 힘든 시기를 보내며 몸의 근육도 많이 풀렸던 이택근은 넥센에 복귀한 뒤 체력관리에 중점을 두고 탄탄한 몸을 만들고 있다. 상하체 근육훈련에 열심히다. LG 시절 부상으로 제대로 체력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풀어진 근육을 탄탄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제는 날렵한 몸매를 만들며 체지방을 떨어트리는데 성공, 스프링캠프서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공수에서 이택근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성갑 수석코치도 “다른 것 보다도 택근이가 LG 때보다 부담감 없이 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 효과를 볼 것이다. 택근이는 컨택팅 능력은 이미 검증을 받은 선수로 부상 없이 체력만 뒷받침되면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며 2009시즌 못지 않은 활약을 예고했다.
친정팀에 돌아와 선후배들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이택근도 한결 밝아진 모습이다. 탄탄해지는 몸매만큼 얼굴도 밝아진 표정으로 후배들의 멘토 노릇도 해주며 팀의 리더가 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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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체력훈련으로 탄탄한 몸매를 만들고 있는 이택근,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