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롯데를 타력의 팀이라고 칭한다. 지난해 팀 타율-타점-장타율-홈런-출루율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모든 부문에서 8개구단 가운데 선두를 달렸다. 마치 2010년 이대호가 타격 7관왕을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롯데는 팀 타격부문 타이틀을 휩쓸었다.
그렇지만 롯데의 팀 컬러를 타격으로만 규정하기엔 부족하다. 롯데의 팀 타격 성적이 뛰어난 이유는 벤치에서 공격적인 타격을 지시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배경은 훌륭한 타자들이 타선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대호가 포함되었던 롯데 타선을 두고 굳이 스몰볼을 하려는 감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롯데의 진정한 팀 컬러는 선발 야구였다. 작년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20으로 리그 평균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다. 이 가운데 롯데의 선발투수는 751이닝을 소화하며 4.2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 리그 1위 평균자책점 팀은 삼성으로 3.88이었고 그 뒤를 KIA가 3.91로 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롯데를 선발투수의 팀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벤치의 성향이다. 투수를 교체하는 것은 오로지 감독과 투수코치의 권한으로 팀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게하는 중요한 지표다. 롯데가 기록한 선발 751이닝은 삼성(756⅔이닝)에 이은 리그 2위의 기록이다. 또한 선발투수 평균 소화이닝도 삼성에 근소하게 뒤진 2위를 차지했다.
롯데가 선발투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하나 있다. 바로 전체 소화이닝 대비 선발투수 이닝이다. 롯데는 선발투수가 751이닝, 구원투수가 436이닝을 소화해 선발투수 이닝 소화율 63.3%를 기록했다. 삼성의 63.2%에 근소하게 앞선 1위 기록이다. 여러 지표들을 살펴 봤을 때 롯데 벤치는 선발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야구를 펼쳤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롯데가 선발야구에서 불펜야구로 조금씩 전환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그 배경에는 에이스 장원준의 이탈과 정대현-이승호 'SK 듀오'의 영입에 있다. 지난해 장원준은 180⅔이닝을 소화했고 이 가운데 선발로만 173⅓이닝을 던졌다. 전체 선발 이닝의 23.1%를 책임져 준 것이다. 이러한 장원준의 군입대와 SK 벌떼 마운드의 핵심이었던 두 수준급 불펜투수의 영입은 팀컬러 변모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줄곧 선발 야구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양 감독은 "누가 들어오고 나간다고 해서 우리의 야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롯데가 올 시즌에도 선발야구 팀 컬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발진 구축이 시급하다. 양 감독은 송승준-라이언 사도스키 두 명만 선발로 확정하고 나머지 투수들은 무한 경쟁으로 내몰았다. 끊임없는 경쟁이 선발진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온 조치다. 사실상 고원준-셰인 유먼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선발 한 자리만 비어있다. 롯데는 18일 세이부 2군과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선발 옥석가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