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진짜 가수다운 가수들의 열창에 감동 받고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싶다면 요즘은 MBC '나는 가수다' 대신 KBS 2TV '불후의 명곡'을 봐야한다. 시청자 선호가 '불후2' 쪽으로 이미 기운 지 오래다. 첫 시작 때 '나가수'의 어설픈 모방이라고 비난받았던 '불후'가 어느 순간부터 원조보다 더 원조다운 내공으로 사랑을 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장안의 화제였던 '나가수'는 혁신없이 퇴화를 거듭한 반면에 '불후2'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계속한 결과다. 11일 저녁 방송된 '불후2'는 어떻게 모작이 원조의 기득권을 극복하고 역전했는 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게 확실하다.
이날 뮤지컬 배우로 유명한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은 파죽의 4연승을 달리던 브라운아이드소울 성훈을 꺾고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전주 송창식에 이어 전설로 초대된 조영남의 '지금'을 현대판 차도남의 당당한 비련으로 재해석한 그는 원로가수 조영남도 깜짝 놀랄 실력의 열창으로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뜨거운 객석 반응 만큼이나 결과도 시청자에게 바로 전달됐다. 임태경의 노래가 끝난 후 바로 4연승 도전자 성훈과의 투표 대결이 이어졌고 김태경은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나가수' 놓친 재미와 감동을 '불후2'가 되살린 장면이다.
바뀐 '불후2'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열창에 집중하고 가수 대결이라는 본연의 자세를 잃지않으려 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또 당초 아이돌 출신에 얽매였던 출연 가수들을 다원화하고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냄으로써 '나가수'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나가수'와 달리 '불후 2'는 가수에 대한 배려와 예우보다 시청자가 우선이라는 방송의 초심을 지켜간다는 사실이다. 지난 6일 시즌 1의 마지막 녹화를 끝낸 '나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 가수들과 이들의 매니저 역할을 맡은 예능인들에 관심과 포인트를 두다보니 정작 '노래'와 '시청자 배려'의 실종 사태를 불렀다.
특히 '나가수'의 전성기 때 모처럼 '나가수'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게된 진짜 가수들의 열창을 들려주면서 곡 중간 중간을 엉뚱한 멘트들로 끊어버린 '악행'은 두고두고 비난받을 일이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음원 판매를 위한 복제 방지 수단이 아니었나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낸바 있다.
'불후2'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판정 방식을 개편한 이날 첫 방송에서 가수 대결 프로의 백미를 선보였다. 성훈이 384명(76.8%)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에 임태경의 우승이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임태경은 410명(82%) 명곡 판정단의 지지를 받으며 극적으로 우승을 따내는 반전의 묘미를 연출했다.
시청률도 급상승하는 중이다. TNmS 집계에 따르면 '불후2'는 전국 시청률 12.6%, 수도권 15.8%로 훨훨 날았다. 같은 시간대 '무한도전'이 MBC 파업으로 '스페셜'을 대신 내보내기는 했어도 SBS '스타킹'과 접전을 벌이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 수년동안 KBS의 토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은 거의 사각지대로 비춰질 만큼 시청자 외면을 받았고 몇몇 프로는 3~4% 애국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못했다.
'불후2' 고민구 PD는 최근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포맨 신용재가 오는 13일 마지막 녹화를 갖는 것에 대해 “용재씨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 '불후2'는 입담을 필요로 하는 방송이 아니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프로이기 때문에 (출연 가수들에게) 일정 기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잘 나가는 출연가수를 중도에 뺄수 있는 결단의 배경인 셈이다.
고 PD는 또 “'불후2'는 구성에 따라 합류를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지 하차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탈락이라는 제도가 없지 않느냐. 방송마다 콘셉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가수들도 달라지고 있다”고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난해 봄 첫 출범한 ‘나가수’는 김건모 재도전 논란을 시작으로 프로그램 기획자인 김영희 PD의 교체 등 초유의 사태를 거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었다. 한동안 '1박2일' 아성을 위협하는 일요일 예능 다크호스로 불리다가 최근에는 7~8% 시청률로 하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TV 예능계에서 자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영원한 강자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불후2'와 '나가수'의 대비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r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