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김보성, 경남과 K리그가 그저 좋은 이유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2.13 08: 00

올 시즌 경남 FC 신인인 측면 수비수 김보성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동아대 재학 시절 대학 선발팀에 뽑히기도 했던 그는 이미 FC 서울에서 관심을 보였다. 대학 졸업반인 작년 프로에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차 있던 그였지만 막상 드래프트가 끝났지만 그는 갈 곳이 없었다.
서울에서 그의 능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불렀지만 이미 드래프트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그는 결국 선발되지 못했다. 동아대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드래프트를 지켜봤다. 그러나 1순위가 지나고 모든 순위 선발이 끝난 뒤 번외지명까지 이뤄졌을 때도 '김보성'이라는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결국 쓸쓸히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그러나 프로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다. 대학 시절 은사의 권유로 경남의 테스트에 응했고 추가지명으로 겨우 K리그에 입문하게 됐다.

사이프러스 전훈이 막바지로 이어가고 있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김보성은 태어나서 처음 인터뷰를 했다. 그저 대화를 하는 것 뿐인데도 얼굴이 발개졌다. 그는 "인터뷰는 처음이라 어색하다. 인터뷰하면서 정말 프로선수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남 입단 계기를 설명하던 그는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그는 "드래프트서 떨어진 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고향인 충주로 돌아가 집 앞에 섰을 때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들어가지 않고 집 앞에 또 멍하니 있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보성아, 얼른 집에 와서 밥 먹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다. 정말 울고 싶었지만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집에서 며칠동안 있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안일한 생각으로 임했던 것이 문제였다. 부모님께서 아들의 기를 안 죽일려고 태연하게 행동하시는 모습에 더 부끄러웠다. 그래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테스트 끝에 경남에 입단했다"고 프로 진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이프러스 라르나카에서 실시되고 있는 경남 전지훈련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그는 최진한 감독의 기대를 받고 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얻고 있는 것.
김보성은 경남 입단 후 마냥 기분이 좋다. 대학 시절 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풍족한 구단은 아니지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남이 너무 좋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공만 열심히 차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좋다.
그는 "대학 시절에는 부상을 당했어도 참고 뛸 수밖에 없지만 여기서는 의무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너무 좋다. 또 빨래도 직접 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남에서 프로선수가 됐기 때문에 더 좋은 것 같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물론 김보성이 어렵게 입단했지만 주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오른쪽 풀백이던 그는 팀 사정상 왼쪽에서 뛰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그저 열심히 하고 있다. 연습경기 때도 선배들이 "침착하게"라는 말을 해준다. 그저 김보성은 고마울 따름이다.
올 시즌 김보성이 가진 목표는 20경기 출전이다. 수비수지만 공격 포인트도 올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젊은 그대' 경남에서도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 그저 경남과 K리그가 좋아서 노력하고 있다. 연습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을 때 얼굴이 굳어지기는 했지만 이내 용기를 되찾았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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