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34, 삼성 투수)이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뛰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삼성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고 있다. '자기 관리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철저한 몸관리와 마인드 컨트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만성형 투수가 된 정현욱은 후배들에게 정신적 지주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정현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삼성 마운드의 기둥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그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다. 왜 정현욱, 정현욱이라고 하는지 코야마 진 트레이닝 코치를 비롯해 이충무 운영팀 과장, 이동걸, 정인욱 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삼성 투수들의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코야마 코치는 "(정)현욱이가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정현욱은 지난해 4월 13차례 마운드에 올라 승리없이 3패(평균자책점 4.97)에 그쳤다. 그는 오치아이 에이지, 김태한 투수 코치에게 2군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정현욱은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2군행을 자청했었다. 그러나 코치들은 '넌 (삼성 투수들의) 기둥이기에 뺄 수 없다. 네가 없으면 삼성 투수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만류하니까 '한 번 더 생각하겠다'고 말한 뒤 더 열심히 훈련하더라. 현욱이가 마음을 다잡으니 자연스레 투수 전체적인 안정감이 좋아졌다. 그때 우승을 예감했다".
코야마 코치는 "현욱이가 운동장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신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투수 전체를 본다. 보는 시야가 넓다고 해야 하나. 현욱이 덕분에 훈련 분위기도 아주 좋다. 트레이닝 코치 입장에서도 고마운 부분"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 선수의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이충무 과장은 "현욱이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선배"라며 "항상 그렇듯 티나지 않게 챙겨준다. 예를 들어 스파이크 등 야구용품이 부족할때면 구단 측에 이야기하거나 야구용품 업체에 부탁하기도 한다"며 "여러모로 보이지 않게 기여하는 부분이 아주 많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선배로서 한국 야구에 대한 조언도 자주 해준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들도 잘 따른다"고 전했다.
정인욱은 정현욱의 전훈 숙소 룸메이트.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인욱이 '바른생활 사나이' 정현욱에게서 훈련 태도 및 자기 관리에 대해 배우라는 류 감독의 지시 때문이다. 정인욱은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은 선배님께 배울게 진짜 많다.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드리고 선배님께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룸메이트할때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 지난해 슬럼프에 빠질 뻔 했는데 선배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의 방은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후배 선수들도 스스럼없이 수시로 드나든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형이다". 이동걸은 정현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욱이형은 자기 관리가 확실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준다.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자체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야구를 잘 해도 방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투수 최고참이지만 후배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형이다".
누군가에게 존경의 대상으로 추앙받는 건 대단한 일이다. 뛰어난 실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겸비한 정현욱 같은 선수가 있기에 삼성의 사상 첫 3관왕 등극도 가능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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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