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극장을 갔는데, 아빠들 나이의 중장년층 두 세분이 함께 영화를 보더라고요", "진풍경이에요. 나이 지긋하신 남성 분들이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습니다."
한국영화 흥행의 중심에 '아빠'들이 있는 요즘이다.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2월 박스오피스를 달구고 있는 영화들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댄싱퀸', '부러진 화살' 등 세 영화다. 이 세 작품은 극장가 '3파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극장가를 휘어잡고 있다.

각기 장르와 개성이 다른 세 작품이지만, 그래도 관통하는 힘이 있다. 바로 '아빠'들이다. 극장에서 영화 챙겨보기에 소홀하기 쉬운 중장년층 남성들의 지갑을 활짝 열게할 때 영화는 뒷심이 생긴다. 물론 여전히 흥행에서는 여성 관객들의 파워가 크다. 당초 여성관객들이 호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던 '범죄와의 전쟁'이 흥행에 터진 것도 실제로 20~30대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 덕에 있다. 하지만 영화의 뒷심은 40대 이상 중장년층들을 움직여야 한다.
세 작품 모두 권력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지난 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을 영화화한 '도가니'가 불씨를 지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작품은 '부러진 화살'. 보는 이들에게 사법부에 대한 공분을 일으키는 이 작품은 실화 소재라는 점이 더해 강력한 이슈가 됐다.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후폭풍이 영화의 흥행에 더욱 불을 지핀 경향도 있다. 논란은 뒤로 하고서라도 사건 자체에 대중이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지닐 만 하다.
'댄싱퀸' 역시 말랑말랑한 코미디 아래에서 올바른 정치인, 우리 세대가 원하는 정치인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고 '범죄와의 전쟁'은 정치적으로 혼란의 시대였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적 갱스터 무비를 표방한다.
이 세 작품은 중장년층 남성들의 관심거리인 정치 코드를 영화라는 환영 속에 모양새 좋게 담아냈다. 그래도 아무리 이슈거리를 다뤘어도 영화적으로 재미가 없으면 흥행은 보장받을 수 없다.
또 '관심'에 더해 남성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점이다. '댄싱퀸'의 감상평 중 중장년층의 상당수 반응은 "아내 생각이 나서 울었다"라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아내에게 못 해준 남성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런가하면 '범죄와의 전쟁'은 우리네 아빠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평도 많다. 권력에 박쥐처럼 붙어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며 가장으로서 가정을 위해 냉혹한 사회 안에서 생존경쟁을 펼치는 우리 아빠들의 삶, 혹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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