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가 1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제 54회를 성대하게 맞았다. 지난 한해 큰 인기를 모은 가수들이 대다수 자리한 가운데, 다양한 축하무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에 비하면 국내 시상식은 걸음마 단계. 대중과 평단을 두루 만족시키는 시상식은 좀처럼 등장하고 있지 않고 있다. 엠넷을 비롯해 방송사들이 연말 가요축제를 진행하고 있으나 음악성을 가리는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으며,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중과 호흡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멜론 뮤직어워드 등 그외 시상식들도 아직 권위를 가지진 못한 상태. 이들 시상식은 지상파 생중계에서도 밀려나 케이블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시상식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시상식이 스타 권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 상을 주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는 국내 가수들을 초대하기 위해 상을 남발하게 되고, 이는 결국 시청자의 외면을 낳고 말았다. 외면을 받는 시상식에는 더 갈 필요가 없으니 악순환은 계속된다.

가요관계자들이 시상식을 '골라 잡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 우선 시상식이 너무 많은데다, 아직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평가받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 없다보니, 그 많은 시상식에 다 참여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시상식이 해외에서 개최되는 사례도 있어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가요계에서는 통합 시상식을 만들자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이진 않다. 대형기획사가 모두 모인 KMP홀딩스도 한때 통합 가요대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있으나 여전히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그래미 같은 시상식이 없는 데에는, 이기적인 가요관계자들의 자세가 크게 한 몫한 건 사실이고, 이는 정말 반성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 없다"면서도 "하지만 바쁜 스케줄을 쪼개 참석했는데, 시상 결과에 의문을 품게 되면 화나지 않겠나.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결과 대신 기획사와의 친밀도 등에 민감한 시상식들도 문제는 있다"고 털어놨다. 가요계의 공동대응은 쉽지 않다. 각 기획사마다 방송사와의 친밀함에 차이가 있기 때문.
이날 엠넷을 통해 그래미 어워즈를 국내에 생중계한 배철수와 음악평론가 임진모도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배철수는 "우리나라처럼 시상식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상을 많이 받았는데,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내세울 상은 없다"고 말했다. 임진모는 "음악계 전체가 협조적이어야 한다. 우리 가수가 상 못받으면 못나간다는 마음으로는 안된다. 기획사도 방송사도 가수도 오픈된 마음이 안되면 시상식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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