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주무의 사이프러스 햄버거 조달 '해프닝'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2.14 07: 35

"분명히 챙겼는데...".
경남 FC가 전지훈련을 펼치는 지중해의 사이프러스는 적막하다. 여름에는 유럽 전역에서 휴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겨울에는 그렇지 않다. 대신 날씨가 매서운 동유럽의 축구단들이 전지훈련을 펼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다.
K리그에서도 사이프러스 라르나카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경우가 많았다. 경남도 이미 한 차례 다녀간 경우가 있었다. 그만큼 훈련장소와 연습경기 상대가 알차게 구성되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지만 소일거리를 할 것이 특별히 없다. 시간이 생기면 바닷가 근처를 산책하거나 휴식일에는 라르나카 시내로 나가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이 전부일 정도.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휴식일을 맞았던 경남은 밤에 선수들에게 간식을 제공했다. 한국에서 조리장을 데려갔기 때문에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없어 구단은 선수들에게 별식으로 햄버거를 내놨다.
햄버거를 제공하기까지 곡절이 있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인 라르나카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 가게를 찾아 선수단 전체에 필요한 37개의 햄버거를 주문한 경남 주무 김봉수 씨는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말에 현찰을 가지러 돌아왔을 뿐 아니라 갯수가 맞지 않아 숙소를 여러 차례 오가야 했다.
많은 숫자의 햄버거는 금방 나왔지만 감자튀김 숫자가 모자라기도 하고 음료수 갯수도 정확하게 내놓지 않은 까닭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햄버거를 선수단에게 전달한 김봉수 주무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케첩을 가져오지 않았던 것.
햄버거 체인점에서 무료로 제공된다며 마음껏 가져가라고 했던 케첩이 없자 선수들은 도리어 김 주무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김 주무는 아쉬움에 다시 햄버거 가게를 다녀왔고 케첩을 겨우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주무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음날 훈련을 위해 차량을 점검하던 중 트렁크에서 100여 개가 넘는 케첩이 나왔던 것. 분명히 챙겼던 것인데 경황이 없고 어두웠던 전날 밤에는 케첩을 찾지 못한 것.
김 주무는 "내가 고생하는 것은 괜찮다. 그래도 선수들이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고 하니 다행이다"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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