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로듀서는 왜 걸그룹부터 만들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2.14 10: 32

메가히트곡을 내며 가요계를 평정한 유명 프로듀서들이 직접 제작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첫 프로젝트로 하나같이 걸그룹을 내세우고 있다.
소녀시대의 'GEE'를 만들어 스타덤에 오른 이트라이브가 일찍이 달샤벳을 출격시킨 데 이어, 용감한 형제가 브레이브사운드 첫 아이돌 프로젝트로 브레이브걸스를 데뷔시켰고 최근 신사동호랭이가 AB엔터테인먼트 설립 후 첫 가수로 EXID를 론칭했다.
걸그룹 광풍이 불긴 했지만 보이그룹의 곡도 쓰고 히트시켜온 이들이 하나같이 걸그룹부터 내세운 것은 이례적. 하다보니 뛰어난 여성 멤버들을 먼저 만난 탓도 있겠지만,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팬덤 특성이 현저히 다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이그룹은 음악도 중요하지만 멤버별 이미지 구성, 팬덤 관리, 각종 이벤트 등 부수적인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걸그룹은 음악과 무대가 좋으면 금방 통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

AB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이 그룹과 걸그룹은 데뷔 후 반응 속도가 다르다"면서 "보이그룹은 여성팬들을 상대로 멤버들이 떠야 인기가 오를 수 있는데 걸그룹은 음악이 좋으면 즉각 대중적으로 먼저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음악에 자신 있는 프로듀서들의 경우, 걸그룹을 먼저 택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의 관계자도 "보이그룹은 미리 팬층을 확보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도 일반 대중에게서는 반응이 늦는 편이다. 그래서 사전 마케팅 비용이 걸그룹보다 더 많이 들고, 또 어렵다. 반면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홍보가 비교적 쉽다"고 말했다.
즉 보이그룹 런칭에는 아이돌을 기획하고 홍보하고 안착시키는 매니지먼트의 힘이 더 중요하지만, 걸그룹은 비교적 음악만으로 빨리 승부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쓰에이, 씨스타, 시크릿 등 인기 걸그룹들이 트렌디하고 빼어난 노래로 비교적 빨리 자리잡은 반면, 남성 그룹들은 대중적인 인기의 척도인 음원차트 1위를 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미 강력한 팬덤을 지닌 것으로 통하는 인피니트, 틴탑, B1A4 등은 음원 파워에서 또래 걸그룹들보다 밀리는 게 사실. 대신 가수에 대한 충성도로 구입하는 음반에서 걸그룹들보다 훨씬 강력한 파워를 갖는다.
프로듀서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기에도 걸그룹이 더 용이한 측면이 있다. 남자 가수들보다 스타일링과 분위기 변환이 더 쉬운 걸그룹을 통해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 브레이브걸스는 용감한 형제가 강점을 보여온 일레트로닉 음악 대신 레게 등의 장르로 승부수를 띄운 바있고, EXID가 데뷔곡으로 내세운 '후즈 댓 걸' 역시 신사동 호랭이가 지난해 히트시킨 복고풍 후크송과는 거리가 먼 아날로그 색채가 짙다.
물론 걸그룹의 성공적인 런칭 후에는 보이그룹이 출격할 차례다. 점차 매니지먼트를 강화하고 자본을 확보하면서 보이그룹을 성공시켜야 음반기획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콘서트 등 굵직한 주수입원은 아무래도 열성팬을 갖춘 보이그룹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한 아이돌그룹 관계자는 "중쇼 기획사들은 대표 남녀 그룹을 하나씩 갖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광고나 행사가 섭외가 올 때에도, 남녀그룹을 묶어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많다. 또 음악에 따른 부침이 심한 걸그룹과 달리 보이그룹은 안정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편이라,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걸그룹과 보이그룹 모두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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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부터 EXID, 브레이브걸스, 달샤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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