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들, "프로야구 승부조작? 확실한 것 없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2.14 12: 01

"아직은 확실한 것 없다."
프로축구,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에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각 구단들은 일단 조심스런 반응이다.
지난 13일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조호경)에 따르면 프로배구 승부조작 관련 브로커 김모 씨가 "구속된 브로커 강모 씨가 프로야구 경기에서도 '첫 회 포볼' 등을 놓고 2명 가량의 현역 투수들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에서 자유로운 프로스포츠였다. 프로축구나 프로배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개인에 의해 승부가 결정될 여지가 적고 경우의 수나 돌출 변수가 워낙 많다는 이유였다.
시기적으로 전 구단이 해외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그 여파는 크지 않고 다소 산발적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프로야구의 승부조작 가능성이 공론화된 만큼 그동안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혹시나' 하는 걱정스런 반응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A구단 프런트는 "상식적으로 볼 때 '첫 회 볼넷'이면 선발 투수와 관련이 된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각팀 선발 투수 대부분이 고액 연봉자인데 과연 가담을 했을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리고 첫 회 볼넷은 승부를 조작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조작으로 보여진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선수단 조사에 나서는 것은 조금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또 B구단 단장은 "야구 도박 사이트 존재 자체를 전혀 몰랐다. 아침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아직은 '카더라' 수준인 만큼 당장 선수들과 면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배구 브로커가 야구에도 승부조작이 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면서 "만일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당장 현장에 가 선수들과 면담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안 그래도 코칭스태프와 프로배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C구단 단장은 "야구는 승부조작을 위해서 투수, 상대 타자 등 여러 사람을 섭외해야 한다. 승부조작은 비밀 유지가 중요한데 많은 사람이 포함되면 비밀 누설이 따른다. 그래서 야구는 승부조작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면서도 "그런데 야구 역시 1회 볼넷 등의 형식으로 이뤄져 왔다는 소식을 이제야 접했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구단 차원에서 따로 조사를 하는 일은 없다. 아직 의혹 단계 아니냐"고 되물은 뒤 "감독께서 선수단에 '흔들리지 말고 훈련에 매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혹시라도 선수들이 동요할까 걱정"라고 씁쓸해 했다.
또 한 구단 감독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불명예 아닌가.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선수부터 단속해야 할 것 같다"면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소문에 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감독은 "아직 정해진 것도 없고 예민한 문제라 뭐라 말할 수가 없다"면서 "현장에서는 시즌 준비에 바쁜 상태다. 거기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A구단 코치는 "언뜻 공식 스포츠 토토가 아니라 불법 사설 사이트에서 '첫 회 볼넷' 등과 관련해 돈을 건다고 들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개입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KBO는 "당연히 그런 일(승부조작)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다. 각 구단에 혹시라도 모르니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해보라고 전달은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사이트가 있고 그 속에 야구 종목이 있다면 브로커의 유혹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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