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지금의 동부는 강동희가 직접 만든 것"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2.15 08: 00

"내가 물려준 건 없다. 강동희 감독이 직접 지금의 동부를 만든 것이다".
부산 KT 전창진 감독과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은 한 배를 타던 사이였다. 2005-2006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4시즌 동안 동부에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2008-2009시즌을 끝으로 전 감독이 KT로 옮기면서 강 감독이 동부의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다시 흐른 3년. 강 감독의 동부는 최소경기·최단기간 정규리그 우승의 역사를 쓰며 전 감독의 동부를 뛰어넘었다.
이를 바라보는 전 감독의 마음은 어떠할까. 전 감독은 "지금의 동부는 구멍이 없다. 기록은 항상 깨지게 되어 있다"며 "강 감독이 정말 열심히 한 결과다. 3년간 4강과 챔프전에 갔고 이제는 통합우승도 바라보는 상황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결과가 나야 한다. 강 감독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전창진 감독이 좋은 팀을 잘 물려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전 감독은 강하게 손사래쳤다. "내가 물려준 건 아무 것도 없다. 김주성 하나 빼면 전부 강 감독 체제에서 완성된 팀이다. 내가 감독으로 있을 때 선수는 김주성뿐이다. 윤호영은 신인이라 헤매고 있을 때였고, 이광재도 이제 제대했다. 강 감독이 스스로 지금의 팀을 만든 것"이라는 게 전 감독의 말이다.
실제로 전 감독이 마지막으로 동부를 맡았던 2008-2009시즌 선수들 중 지금도 동부에 있는 선수는 김주성·윤호영·이광재 단 3명뿐이다. 지금 동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박지현·황진원·안재욱 등은 모두 강 감독이 데려오거나 지명한 선수들이다. MVP급으로 성장한 윤호영도 강 감독 체제에서 기량이 일취월장한 케이스다.
전 감독이 동부의 가장 달라진 점으로 꼽는 건 가드진과 윤호영의 성장이다. 이세범과 표명일이 활약하던 전 감독 시절과 달리 박지현·황진원·안재욱이 수비와 외곽슛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있는 강 감독의 동부가 높이를 극대화하고 있다. 강 감독도 "진원이나 지현이가 타팀에 있을 때보다 우리 팀에 와서 안정감이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윤호영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전 감독 체제에서 신인 시절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윤호영은 지난 시즌부터 눈에 띄게 기량이 좋아지더니 올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큰 키에 외곽슛까지 장착하며 내외곽을 넘나든다. 강 감독은 비슷한 포지션의 김영만 코치를 전담으로 붙여 윤호영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끌어냈다.
강 감독은 "선수 때 마음만 먹으면 수없이 우승했지만 선수를 은퇴한 후 언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기회가 좁아든다는 생각은 했다. 주성이가 나이를 먹고, 외국인선수도 자유계약제로 바뀌어 불안한 게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에 의외로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전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강 감독은 "감독으로서 길과 눈을 뜨게 해준 분이 전창진 감독님이다. 그런 게 정립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기록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 감독님의 가르침으로 많은 단점과 실수를 줄였다. 언제나 전 감독님에게 배울 수 있는 건 더 배우려 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 감독도 "강 감독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바란다"며 승패를 떠나 후배 감독에게 진심 어린 박수갈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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