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과 헤어져야 한다니" 동부, 벌써부터 아쉬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2.15 07: 57

"벤슨과 헤어져야 하는 게 아쉽다".
최소경기·최단시간 정규리그 우승. 아직 플레이오프라는 큰 산이 남아있지만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은 벌써 아쉽다. 외국인선수 로드 벤슨(28·206.9cm) 때문이다. KBL은 올 시즌을 끝으로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을 자유계약제에서 트라이아웃-드래프트로 바꾼다. 자연스럽게 기존 선수들과도 재계약할 수 없게 됐다. 2년간 벤슨과 함께 한 동부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벤슨은 2010년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동부에 지명됐다. 처음 벤슨이 지명됐을 때만 하더라도 주위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도 그럴 게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벤슨은 양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절뚝거렸다. "동부가 일부러 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강 감독은 "트라이아웃에서 처음 본 선수"라며 그의 가능성을 믿고 지명했다.

벤슨은 지난 시즌 54경기 모두 출장해 평균 17.4점 9.7리바운드 1.3블록슛을 기록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이 자유계약제로 바뀌었지만 강동희 감독은 벤슨과 재계약을 택했다.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부산 KT 찰스 로드와 벤슨 단 2명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강 감독도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강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 벤슨으로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 초반에 밀리면 언제든 바꿀 생각도 했다"며 "테렌스 레더와 크리스 다니엘스 등 한국을 거쳐간 선수들을 물색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막상 시즌에 들어가니 벤슨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강 감독은 "2년째가 되어서 그런지 벤슨의 기량이 갑자기 늘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에게 지지 않으려 열심히 하더라. 작전 수행도 좋은 편이고, 시즌 중에는 바꾸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벤슨은 2년차가 된 올 시즌 47경기 모두 출장해 평균 19.9점 12.7리바운드 1.2블록슛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와 함께 골밑을 지키는 김주성은 "벤슨은 머리가 좋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빨리 캐치하고 말귀를 잘 알아 듣는다. 우리도 벤슨에게 맞추려 했고, 벤슨도 우리 팀에 맞추려 노력한 게 이제는 하나의 팀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 바뀌게 됨에 따라 벤슨은 올 시즌이 끝나면 동부와 재계약할 수 없는 운명이다. 강 감독은 벌써부터 "벤슨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아쉽다. 벤슨이 트라이아웃에 다시 참가하더라도 우리팀에 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벤슨을 보내야 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동부에게 있어 벤슨은 큰 존재다.
벤슨도 "나의 가치를 인정하며 지명하고 재계약해준 강동희 감독에게 감사하다. 그야말로 리그 최고의 감독이다. 내년 시즌에도 동부에서 뛰고 싶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내년 시즌 KBL 활약은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동부가 최종 챔피언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느끼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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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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