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조작 시도'와 짙어가는 의혹의 그림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16 15: 11

"만약 그 친구가 그렇게 했다면 죄값을 치른 후에도 못 보게 될 것 같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하던 조작 이야기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야구인들 사이의 믿음에도 점차 균열이 생기고 있다. 프로야구계를 갑작스레 휩쓸고 있는 승부조작의 검은 그림자가 야구인들의 머리 위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13일 대구지검 등은 프로배구(V리그) 경기조작 사건으로 지난달 구속된 브로커 강 모 씨 등은 프로야구 경기 조작에도 개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울에 연고를 둔 팀의 투수 2명이 연루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확실한 물증 대신 브로커의 진술로 촉발된 사안인 만큼 대구지검 측은 "프로야구과 농구까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V리그에 대한 수사를 마친 뒤 후속 수사 확대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브로커를 통해 언급된 서울 연고팀 선발 투수들의 경우는 그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만큼 가담 여부에 상관없이 큰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현재 의심을 받고 있는 투수의 소속팀 관계자는 "승부처에서 어이없이 빗나가는 공이 나오고 견제 시에도 크게 빠지는 공을 던지는 모습에 감독이 황당해하던 기억이 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선수 본인의 기량 부족에 의한 것이라도 억울하게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 선수가 의심되더라. 그런데 원래 제구력이 불안한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에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말 충격적일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음 먹은대로 제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도 이를 잘못된 용도로 사용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의심 선상에 놓인 몇몇 투수와도 야구 선후배 사이로도 절친하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단언했다. 팬들 앞에 정정당당한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선수의 약속은 물론 경기에 대해 야구인으로서 신의를 저버렸다는 데 대한 실망감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K리그와 최근 V리그가 승부조작 선수들에 대해 영구제명 등의 조치를 취한 이유는 팬들과 프로 스포츠계의 당연한 약속과 기본적인 스포츠맨십을 깼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벌백계'로 다스린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프로야구와 농구에도 점차 손을 뻗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실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조작 의혹'은 이미 야구인들 사이의 신뢰에도 점차 깊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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