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하던 일이 야구계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지난 13일 프로배구 경기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브로커 강 모씨는 프로야구도 경기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폭로를 했다. 그는 서울 연고팀 투수 2명이 연루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연일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의 한 언론사는 서울 연고팀 가운데 한 팀을 지목하며 '주전투수 2명이 승부조작'을 했다고 보도했고 또 다른 뉴스 채널은 전 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말을 인용,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승부조작'이 횡행하고 있다는 폭로를 내 놓았다.

이에 시즌을 준비하던 야구계는 큰 충격에 빠져 일부 구단은 자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넥센 히어로즈의 선발 투수 문성현(21)은 "경기조작 가담을 제의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구단 관계자에 자진 신고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경기 내용의 조작과 관련된 언론 보도의 용어는 '승부조작'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부란 이길 승(勝)과 질 부(負)자가 결합된 단어로 '이김과 짐'을 뜻하는 명사다. 지금까지 드러난 프로야구에서 경기조작 방법은 불법도박 브로커에게 포섭된 선발투수가 1회 고의로 볼넷을 허용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고의로 승패를 담합으로 나눠갖는 승부조작과 엄연히 의미가 다르다.
1회 고의로 내보낸 주자가 결승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있어 결국 승부조작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두고 봤을 때는 경기 내용 조작이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추후에 드러나는 사실관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경기의 승패를 결정한 정황이 포착된 이후에 승부조작이라는 용어를 써도 늦지 않다. 사건을 축소할 필요는 없지만, 정확하지 않은 용어를 써서 사건의 본질을 흐릴 필요도 없다.
물론 경기내용 조작이라고 하더라도 그 죄가 적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정정당당한 경기를 기대하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모독하고 기만하는 행위이며 프로 선수로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용어가 달라진다고 해서 해당 선수가 저지른 과오의 무게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2009년 스포츠토토와 관련, 야구규약을 개정한 바 있는데 영구제명까지 명시 해뒀다"고 말하며 엄중 처벌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프로야구는 치부가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불법 도박과 관련된 인물을 발본색원해 팬들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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