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승부조작, '검은 안개 사건'의 말로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2.15 10: 48

한국 프로야구계에 경기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프로배구 승부조작에 연루된 브로커가 지난 13일 검찰 측에 "프로야구, 농구에도 조작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된 파문은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을 뿐 아직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문성현(21)만이 구단 확인 결과 "조작 제의를 즉시 거절했다"고 밝혔다.
사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프로스포츠는 돈에 대한 유혹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다. 한국 뿐 아니라 예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도 승부조작과 도박, 조직폭력배 등이 연루된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사건은 1919년에 일어난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당시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3승5패로 패했다.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던 화이트삭스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화이트삭스는 첫 경기부터 1-9로 대패했다.
이후 수사기관에 의해 파헤쳐진 경기는 결국 화이트삭스 선수 8명과 도박사들이 연루돼 기소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1920년 시카고 대법원은 화이트삭스의 조 잭슨을 비롯한 선수들이 도박사들의 사주로 일부러 패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도박사들은 10만달러에 선수들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을 영구 제명하며 승부조작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승부조작 사건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1967년 9개 구단 선수들이 연루된 초유의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소위 '검은 안개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태는 1967년 일본의 한 신문기자가 니시테쓰 라이온스의 한 외국인 선수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 결과 투수 나가야스 마사유키가 조직폭력배에 연루돼 일부러 경기에서 진 것으로 드러나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됐다. 이어 나가야스가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가 또 있다고 폭로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9개 구단 20명의 선수들이 체포되고 나서야 사건은 매듭지어졌다. 선수들 외에도 코치, 구단 직원들까지 얽혀 영원히 야구계를 떠나야 했다. 무려 6명의 선수가 관여한 것으로 나타난 니시테쓰는 이후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는 등 성적이 급락했다.
이처럼 승부조작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있고 그 끝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 경기의 승패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라 첫 회 고의 볼넷과 같이 경기 내용을 조작한 것이지만 경기를 임의로 조종하는 것 또한 명백한 잘못이다.
한국야구위원회도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을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단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야구계가 자정노력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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