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71) 감독이 정책적인 이유로 최근 몇 년간 클럽의 유스 아카데미가 과거의 명성에 비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데이빗 베컴(LA 갤럭시)을 비롯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이상 맨유)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어릴 적부터 클럽의 유스 아카데미에서 길러낸 퍼거슨 감독은 기대에 못 미친 가장 큰 요인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정책적인 실패를 꼽았다.
그 동안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10월에 폐지된 ‘90분 룰(90-minute rule)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 왔다. ‘90분 룰’이란 각 클럽들은 구단의 본거지가 있는 곳에서 1시간에서 1시 30분 정도 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유스 선수들과만 계약할 수 있었다는 조항으로 이 룰로 인해 각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유망주를 데려오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퍼거슨 감독은 피파닷컴(FIFA.com)과 인터뷰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6~7명의 유망주들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정책은 바뀌었고 이제는 재능을 갖춘 어린 유명주들을 해외에서도 데려올 수 있게 되는 등 성공적인 변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최근 마련된 '엘리트 플레이어 퍼포먼스 플랜(EPPP)'이 클럽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유망주 소유와 육성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는 다시 과거와 같이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한편 퍼거슨 감독은 맨유라는 빅클럽을 25년 넘게 지도한 비결에 대해선 “나는 그간 맨유에서 많은 권한을 갖고 2~3년을 보는 계획들을 세울 수 있었고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며 “감독의 경우 4~5번 연속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치다 보면 사임의 압박을 받을 수 있는데 맨유에선 그런 시나리오가 불가능하다. 빠른 결정을 내리고 선수 스카우트 등 많은 결정권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맨유의 선수영입 기준과 방법에 대해선 멕시코 출신의 치차리토를 예로 들며 “첫 번째로 우리의 스카우트가 특정 선수를 컨택한다. 그리고 나면 해당 선수가 뛰는 경기의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함께 본다. 하지만 비디오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지에 가서 몇 달 동안 선수를 관찰한다. 물론 그 안에는 피치 안에서 능력뿐만 아니라 피치 밖의 모습까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선 역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군 1999년 챔피언스리그 순간을 꼽았다. 퍼거슨 감독은 “의심의 여지없이 1999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1968년 이후 처음 달성한 우승이었는데 정상에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굉장한 게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축구 경기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흐름에 대해선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동차, 기차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가 더 빨라지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부상의 위험도 높아졌다. 사실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십자인대파열과 같은 부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흔한 것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은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퍼거슨 감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건강이 허락하고 내가 이 자리를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머무르고 싶다는 것이다. 스스로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너무 먼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은퇴의 시간은 나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당장 은퇴할 생각이 없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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