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한 콘셉트의 여성의류 쇼핑몰이라면 누구나 대부분 여자대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틀에 박힌 생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온라인 쇼핑몰 윙스몰의 대표는 버젓이 남자였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첫 만남에 보란 듯이 패턴을 뜨고 있었다. 소위 의류 종사자들을 ‘옷쟁이’라 부르는데 그 역시 타고난 ‘옷쟁이’였다.
▲ 내가 남자라서? “패션에 감각보다 중요한 건 없죠”

“저는 패션학교, 학원 그 어디도 패션에 관한 전문적인 곳을 다닌 적이 없습니다. 그저 어깨너머로 배운 서당개일 뿐이죠. 그게 문제가 되나요? 패션은 ‘감각’ 아니겠습니까.”(웃음)
윙스몰의 배상덕 대표는 패션학과를 나왔냐는 질문에 “학벌이요? 나는 결코 내 학벌이 부끄럽다고도 생각한 적 없고 후회도 하지 않아요. 오히려 남들보다 빨리 실무에서 내 눈으로 직접보고 만지고 경험한 것이 지금 나의 감각을 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어요”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17살부터 4년간 의류공장에서 보조로 일하다가 자신이 직접 의류공장을 차려 사업도 했고, 그 외 도매 사업을 하는 등 눈과 몸으로 모든 것을 익혔다.
패션에 있어 남다른 열정이 있는 그가 남성복이 아닌 여성복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 의외였다. “그때 당시 저의 판단으로 남성복 보다는 여성복이 훨씬 더 돈 벌이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 치열한 시장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잘 팔리는 사업을 해야 했고, 그래서 저는 여성복을 택했던 거죠.”(웃음)
하지만 배 대표의 이런 대답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저는 17살 때부터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제 눈으로 전부 지켜보면서 늘 가슴 설렘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평생 이 옷이라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덧붙여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제가 하는 사업이 그것을 동반해 주면 더없이 좋겠구나 싶었죠. 그것이 여성복을 택한 진짜 이유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처음 쇼핑몰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직접 디자인을 하고 패턴을 뜬다. 남자가 여자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는 단호히 말한다.
“저는 모든 옷은 핏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자와 다르게 여자는 몸의 곡선이 아름답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전 핏을 공장에서부터 쭉 봐왔기 때문에 지금도 이 부분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도매사업을 할 때도 저는 핏을 중시하며 직접 디자인했고 지금도 역시 핏은 제가 직접 모두 확인하고 있어요. 역시 경험만큼 좋은 재산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에겐 감각도 있습니다.”(웃음)
하지만 배 대표는 자신감이 많다고 해서 자기 자신만 믿고 가는 외고집형은 아니었다. 윙스몰의 섹시콘셉트가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냐는 질문에 대번 그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윙스몰 섹시콘셉트요? 그건 제가 아니라 순전히 저희 MD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저는 직원들을 제 방식과 틀에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할 몫은 제 방식을 전수해줌과 동시에 그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 끼와 감각을 꺼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젊은 직원들의 생각이 합쳐졌을 때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현재 윙스몰의 결과가 아닐까요. 그래서 팀장이나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같이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나무보다 숲을 볼 줄 아는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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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스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