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터키 프로축구에 몰아닥친 승부조작 사건의 첫 공판이 시작됐다. 터키 최고 명문클럽 중 하나인 페네르바체의 아지즈 일디림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프로선수와 브로커 등 총 93명이 연루된 이번 사건은 터키 축구 역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로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그 판결 결과 또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AP통신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일디림 회장은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 내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다리에서 뛰어내릴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최고 72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리딤 회장은 지난 시즌 줄곧 리그 1위를 달리던 트라브존스포르를 따라잡기 위해 후반기 최대 19경기를 대상으로 타 팀에게 승부조작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페네르바체는 리그 막판 골득실에서 트라브존스포를 극적으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 챔피언스리그 직행권을 따냈다.

또한 AP통신은 일디림 회장 외에도 승부조작을 주도한 기레순스포르의 올군 페커 전 회장 역시 유죄가 입증되면 최대 115년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승부조작 여파가 다시 한 번 터키축구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박탈당한 페네르바체는 한 발 더 나아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로 강등될 수 있는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런 가운데 첫 공판이 열리는 이스탄불 법원 앞에서 수백 여 명의 팬들이 “강등은 절대 안 된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등 공판 진행 상황과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을 휩쓴 터키는 이번 사건으로 터키축구협회장이 사임한 것은 물론 정확한 조사를 위해 2011-12시즌 터키 슈퍼리그의 개막이 2개월 넘게 연기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국회가 직접 나서 승부조작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스포츠계의 승부조작은 지난해 터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이스라엘, 핀란드, 그리스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인터폴에 따르면 아시아 범죄조직과 연계된 불법스포츠도박은 모든 종목에 걸쳐 매년 최대 150억 달러(약 16조 8000억 원)의 불법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약 5000억 달러(약 56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수백 만 유로를 쏟아 부으며 모니터 요원을 대폭 증강하는 등 축구에서 스포츠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nomad7981@osen.co.kr
페네르바체 구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