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패스 3위-턴오버 1위'의 명암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2.15 16: 37

[OSEN=이균재 인턴기자] 서울 삼성은 남자 프로농구에서 최하위(10위)에 처져 있다.
그것도 9위와 승차가 무려 4.5경기인 꼴찌다. 하지만 팬들은 꼴찌 팀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환호한다. 다른 팀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시즌 11승 36패로 꼴찌에 처져 있지만 경기력만큼은 KBL에서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한다. 기록이 이를 증명해준다. 팀 득점은 5위이고 4쿼터 득점만 놓고 보면 2위다. 팀 어시스트도 고양 오리온스와 원주 동부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농구 경기에서 4쿼터의 중요성과 A패스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다면 삼성의 플레이에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이러니컬하지만 턴오버 1위도 삼성이다. 삼성의 이 모든 기록은 김승현이 키를 쥐고 있다. 김승현은 지난 해 12월 7일 복귀전을 포함 삼성 유니폼을 입고 나온 25경기에서 어시스트를 5개 이상 올렸던 적이 5번, 7개이상 기록한 적도 총 9번에 이르렀다. 하지만 25경기에서 턴오버를 기록하지 않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실수도 많았다. 25경기 중에 2개 이하의 턴오버를 기록했던 적이 단 9번에 그쳤고 나머지 16경기에서는 3개 이상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패배의 원인이 김승현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선수들이 김승현의 패스를 받아내지 못해 턴오버로 연결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김승현이 흔히 팀 동료들도 속이는 기상천외한 패스를 하기 때문에 패스의 의도를 알아 차리지 못하는 이상 팀 동료들이 받아 내기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아이라 클라크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2005-2006년 당시 오리온스에서 김승현과 호흡을 맞춰봤던 클라크가 김승현의 패스 줄기를 다른 삼성 선수들에 비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은 최근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김승현은 최근 9경기에서 경기당 7개에 가까운 어시스트를 생산해 내고 있다. 어시스트 순위 1위 양동근이 경기당 6개의 어시스트를 올린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는 실로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김승현의 최근 기량이 전성기 시절로 가까이 다가갔음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팬들은 화려한 농구에 열광하고 경기장을 찾는다. 김승현의 노룩패스를 받은 이승준의 원 핸드 덩크를 보는 것은 농구 팬들에게는 더없이 큰 즐거움이다. 농구선수라면 팀의 승패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팀의 입장에서 봤을 때 화려함보다는 실속을 챙겨야 하는 것이 맞다.
서울 삼성은 지난 14일 창원 LG와 경기에서 100-98로 승리하며 5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날 김승현은 9어시스트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물론 턴오버도 4개를 기록했지만 말이다. 이제까지 삼성은 실속보다는 화려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날은 실속도 챙기고 팬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했다. 삼성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은 이유다. 턴오버를 줄이고 김승현의 패스의 날이 더욱 살아 난다면 삼성이 실속과 화려함,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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