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이 밝힌 ‘박충식과 연장 15회 접전’ 의 뒷이야기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2.16 09: 29

벌써 19년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증언한다. 1993년 10월 벌어졌던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3차전의 맞대결 투수 중 한 명으로 한 쪽 주인공인 선동렬(49)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금도 ‘그 때 그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삼성쪽 주인공이었던 언더핸드 투수 박충식(42.현 선수협 사무총장)이 연장 15회까지 완투하며 지금도 가을야구 시즌이 되면 야구팬들에게 회자되지만 또 다른 쪽 주인공이었던 해태 ‘국보투수’ 선동렬 감독도 잊을 수 없는 경기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 캠프를 갖고 있는 선 감독은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사실 그 때 김응룡 감독님의 결단이 시리즈 우승의 발판이 됐다. 3회부터 구원등판했던 나는 10회를 마치고 난 감독님에게 ‘더는 못 던지겠다. 다음 경기를 위해 그만 던지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감독님이 다음 경기를 고려해 나를 빼줬다”고 밝혔다.

이어 선 감독은 “그날 구원으로 등판해 7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힘이 많이 들었다. 사실 더 던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감독님께 다음 경기 대비를 말씀드렸는데 받아들여저서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충식이는 15이닝을 완투(투구수 181개)하는 바람에 다음 경기에 곧바로 출전하기가 힘들었지만 난 큰 문제가 없었다. 이후 경기서 승리를 따내 결국 우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선동렬은 3회 문희수를 구원등판했으나 6회초 2-2 동점을 내주었다. 팽팽한 2-2 승부는 지속됐고 승부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응룡 감독은 연장 10회까 끝나자 선동렬을 과감하게 빼고 송유석을 등판시켰다. 선동렬의 기록은 7⅓이닝 3피안타 1실점했다.
선동렬이 내려가면서 승부의 추는 삼성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바통을 이은 송유석이 15회까지 5이닝동안 안타 없이 볼넷 2개만 내주는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결국 2-2 무승부로 끝났다. 몸쪽으로 자연 싱커가 되는 송유석의 구위가 유난히 뛰어났다.   
신인투수로 그 해 14승을 올린 박충식은 15회까지 굳건히 지켰다. 해태를 맞아 시리즈 전적 1승1무1패로 팽팽하게 맞서던 삼성은 4차전을 따내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해태의 뒷심은 강했다. 5,6차전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3승2패로 역전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삼성은 181구를 던지고 4일 밖에 쉬지 못한 박충식을 7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박충식은 5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해태 우승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려야했다. 박충식의 3차전 연장 15회까지 완투가 허무하게 됐다.
반면 사흘 동안 휴식을 취한 선동렬은 6차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4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7차전에서도 소방수로 출격해 2이닝 1실점으로 막고 두팔을 번쩍 들었다. 해태의 역전 우승의 그 이면에는 김응룡 감독과 선동렬 투수의 과감한 승부수가 있었던 것이다. 선 감독은 그 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최고 방어율(0.78)과 최다 구원상(10승 31세이브)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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