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선발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건 송승준(32)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더불어 150이닝 이상 소화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송승준이 있었기에 롯데는 선발진에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송승준은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한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드러냈다. 평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것과 부상없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걸 미덕으로 아는 송승준은 30경기에 선발 등판, 172⅓이닝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10번의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길었던 포스트시즌 부진 징크스를 끊는데 성공하며 의미있는 한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송승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작년 15승과 180⅔이닝을 책임졌던 장원준이 군입대를 하며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기에 그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선발투수 무한경쟁을 선언한 양승호 감독도 송승준과 라이언 사도스키는 예외로 두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1차 전지훈련인 사이판 캠프를 무사히 마치고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쏟고 있는 송승준은 올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정상적인 페이스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매년 캠프만 되면 오른팔이 무거워져 팔 밸런스를 잡아주는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 작년은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려 초반에 괜찮았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시즌 개막전에 100% 컨디션을 맞추는 게 목표다. 개막전을 나갈 지, 주말 3연전 가운데 언제 나갈지 모르지만 그때는 최고의 컨디션이 돼있을 것이다.
- 지난 시즌 본인에게 몇 점정도 줄 수 있나.
알다시피 4월 초반(4경기 25⅔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2.80)은 페이스가 좋았다. 작년은 일찍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컨디션도 좋았다. 그렇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또 드러났다. 결국 3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달성하지 못했다.
작년이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10승은 넘겼지만 운도 안 따르고 마음대로 야구가 안 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172⅓이닝)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퀄리티스타트(18회)를 기록한 것에는 만족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70점을 줄 수있지 않나 싶다. 만약 평균자책점이 목표로 했던 3점대로 나왔다면 80~90점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플레이오프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송승준은 3년간 준PO 4경기에 나와 3패에 1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다. 그렇지만 작년 SK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호투했다)
간절함이 호투의 배경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잘 던지고 싶었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3년 동안의 준플레이오프를 생각하니 스스로 독한 마음을 먹게 되더라.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작년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가을야구에 대한 자신감 생겼다. 이제는 올해 가을야구에 빨리 등판하고픈 마음에 기대까지 된다.
- 이대호, 장원준의 공백을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결국 누군가는 자리를 채운다. 알다시피 야구는 한 두명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전력 손실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대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뜨겁다. 팀에 긍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이 여러번 강조하셨듯 선발투수 보장된 선수는 아무도 없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사실 긴장도 되고 위협을 느낀다. 좋은 팀은 주전과 백업의 기량차이가 적은 팀인데 우리 팀이 그렇게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 올해 롯데가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올해 캠프에선 팀워크를 보강하는 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매우 좋다. 선수들끼리 서로 신뢰하는 눈빛이 생겨났고 호흡도 훨씬 잘 맞아간다. 이러한 팀워크는 큰 경기나 위기의 순간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SK와 플레이오프를 하면서 팀워크, 분위기의 중요성을 정말 깨달았다. 왜 SK가 강팀인지 느낌이 왔다.
사실 작년 SK는 플레이오프 때 부상선수들로 인해 정상전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기 전 선수들이 미팅하며 파이팅을 불어 넣는거나 3루 원정 덕아웃에 앉아 서로 주고받는 눈빛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멀리 떨어진 롯데 벤치까지 SK의 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구도 경기장에서 한 눈을 팔지 않고 동료가 잘 한 점은 끝까지 칭찬하고 서로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롯데는 원래 팀워크가 좋은 팀이었지만 올해는 더욱 기대된다. 작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새로 주장이 된 사율이부터 성흔이형, 성환이형 등 선수들이 단단하게 뭉쳤다. 이게 시즌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소노카와 인스트럭터가 사이판 캠프에서 '뭔지 모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처럼 주위에서 에이스를 뜻하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걸로 안다.
당시 소노카와 인스트럭터가 날 본 첫 날인가 그런 말을 한 걸로 안다. 좋게 봐 줬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 말고도 뛰어난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나왔다. 다만 팀 내 고참 선수로 책임감을 느낄 뿐이다.
누가 빠져 나갔다고 올 시즌 내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매년 하던대로 각오를 다질 것이다. 올 시즌 특별히 목표로 정한 승수는 없다. 다만 건강하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30경기 등판하는 게 최고의 목표다. 동시에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싶다. 그게 팀에 더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두 자리 승수도 따라 올 것이라 믿는다.
15승은 에이스를 가르는 기준과도 같은 승수다. 주위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하고 물론 나도 15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리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미국에서 생활을 하며 느낀 건 '한 해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묵묵하게 오래 자리를 지키는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굳이 무리를 해서 반짝 불태우는 것보다 꾸준히 몇 년동안 마운드를 지키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 이번 캠프에서 중점적으로 보강하고 있는 게 있다면.
다양한 구종을 던지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들 '송승준 하면 포크볼'이라고 생각하고 타석에서 준비하니 나도 레퍼토리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컷 패스트볼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작년에도 종종 던졌다. 그런데 방송에서도 그 공을 두고 모두 포크볼이라 부르더라.(웃음)
미국에 있을 때는 다양한 공을 던졌었다. 그런데 손 부상을 입으며 많은 종류의 공을 던지는 대신 포크볼에 주력했다. 타자들이 이제 내 포크볼을 노리고 들어오는 만큼 나도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동안 최대한 많이 새로운 구종을 던져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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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