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글 잘 봤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상대팀 지도자이자 상대팀 선수의 사이. 그러나 입단 계약서보다 더욱 진한 것은 피였다. 부자지간인 박철우(48) KIA 타이거즈 2군 타격코치와 두산 베어스 신인 좌타자 박세혁(23)이 휴대전화 메신저 서비스가 아닌 실제로도 짧게나마 만남을 가졌다.
KIA와 두산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구장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다. 난타전 끝에 10-9로 KIA가 승리한 이 경기서 박세혁은 8번 타자 포수로 교체 출장해 1타수 1안타 1타점(사사구 1개)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비췄다.

두산은 지난해 8월 드래프트서 2세 야구인 두 명을 지명했다. 신일고-고려대를 거쳐 5순위로 지명된 박 코치의 아들 박세혁과 서울고-연세대를 거쳐 7순위로 입단한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 유민상이다. 유민상은 현재 국내 잔류군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고 박세혁은 2순위 변진수, 8순위 신동규와 함께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세 명 중 한 명이다.
KIA의 전지훈련지인 서프라이즈와 두산 전지훈련지인 피오리아는 차로 약 2~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훈련 일정이 서로 맞지 않은 데다 서로 소속팀이 있는 만큼 박 코치 부자는 그저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로 환담을 나눌 뿐이었다.
"보고 싶지요. 아들 안 보고 싶은 아버지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일정이 끝나고 저녁에 서로 연락하면서 '잘 지내야 된다. 건강하고'. 이 정도 이야기하는 게 다였지요. 그래도 고교 2년 선배이고 룸메이트인 (김)현수가 잘 해준다고 해서 안심이 되더군요". 다행히 연습경기를 통해 부자가 직접 만나는 하루가 부자에게 허락되었다.
박세혁은 교체 첫 타석서 유동훈의 공에 발목을 맞아 선수단과 아버지를 아찔하게 했으나 두 번째 타석서는 1타점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타격 능력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박세혁은 원 포지션인 포수는 물론 3루-우익수 자리도 맡을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팀 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아버지의 조언에 대해 박세혁은 "항상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야구에 다가가야 한다고 하셨어요"라고 이야기한 뒤 "올해 대졸 투키 중에서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습니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현역 시절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좌타자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1989년)를 수상하기도 했던 박 코치는 잠재력을 떨친 아들의 타격을 내심 훈훈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