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2012년 2월 16일 제주도 체육사상 첫 동계체전 금메달이 나왔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모태범. '밴쿠버의 영웅'이 '제주도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빙상의 불모지였다. 대한민국 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특유의 온난기후 때문에 빙상뿐만 아니라 동계 스포츠가 자리잡기 힘든 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제주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제주 체육사상 첫 동계 경기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 빙상경기연맹'이 공식 출범하면서 동계 스포츠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잡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빙상경기연맹의 출범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것은 물론 제주에서 빙상의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동계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김경중 초대 연맹회장의 말이다.
실제로 제주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처음 열린 '제93회 동계전국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제주도의 동계체전 참가는 1920년 서울 한강에서 열린 초대 동계체전의 전신 전조선빙상경기대회부터 지난 92회 대회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제주 선수단의 김정준 총감독(제주 특별자치도체육회 사무처장)은 "평창서 열린 지난해 동계체전 개회식을 봤다. 제주도만 선수단 푯말조차 없는 것이 쉬웠다"며 "1년 후에는 꼭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생각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계체전 빙상 경기가 열리는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찾은 제주 선수단은 단촐했다. 선수 1명, 임원진 10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제주 선수단이 자랑하는 바로 그 선수 1명이 결국 93년 만에 첫 출전한 동계체전서 제주도에 금메달을 안겼다. 바로 모태범이다.
모태범은 제주에 연고를 둔 대한항공 빙상단 소속이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과 함께 제주도를 대표하게 된 모태범은 지난 15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일반부 500m서 이규혁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16일 1000m서 기어코 금메달을 따내며 제주에 첫 금, 은메달을 선사했다.
모태범은 "(승훈이와 같이 참가하기로 했는데)혼자 나와서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자신을 응원해준 제주도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편 모태범과 함께 제주 빙상의 미래를 이끌 이승훈은 오는 18일 개막하는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이번 동계체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한국 빙상의 미래이자 제주 빙상의 희망으로 거듭난 모태범, 그리고 이승훈을 앞세워 제주도가 금빛 질주를 계속할 수 있을까. 김정준 총감독은 이에 대해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주 출신의 선수들을 발굴해 앞으로 꾸준히 선수단 규모를 늘려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수 육성에도 힘을 쏟아 장기적으로는 제주도에도 동계 스포츠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토대로 다른 지자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계체전에서 경쟁하길 바란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제주체육 사상 처음으로 동계종목 팀을 보유하게 된 제주도가 모태범-이승훈을 앞세워 동계 스포츠 불모지라는 이름을 벗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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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 태릉=백승철 기자 baik2osen.co.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