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한 팀에서만 뛰어온 주전 포수의 FA 이적. 그리고 이제 그 자리를 메워야만 하는 17년차 베테랑 포수 LG 심광호(35)가 오는 시즌 팀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심광호는 16일 LG와 야쿠르트와 연습경기에 참가하지 않았다. 당초 LG 김기태 감독은 “7, 8번째 연습경기까지는 어린 선수들 위주로 기용할 계획이다. 베테랑 주전급 선수들은 이후 경기에 출장시킨다”고 정했다. 지난 네 번의 연습경기에서 LG는 조윤준·나성용·유강남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심광호는 베테랑 선수로 분류된 상황이다.
비록 이날 경기에 출장하지는 않았지만 심광호는 중앙 관중석에서 후배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쉬지 않고 후배들의 질문에 답했다. 심광호는 “후배들이 굉장히 적극적이다. 연습이나 경기 중 뿐이 아니다. 휴식시간에도 직접 선배들 방에 들어와 물어본다”며 “심지어 유강남과 나성용은 밤에 내 방에 들어와서는 갑작스럽게 블로킹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침대 위에서 시범을 보여줬고 즉각 둘은 연습에 임했다”고 웃었다.

10년차 이상 대선배 방에 후배가 갑작스레 들어가는 것은 예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오히려 심광호는 이런 부분 하나하나가 팀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심광호는 “투수·포수의 1차 전지훈련 장소였던 사이판서부터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투수와 포수 모두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알고 그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퀵모션, 견제동작이 부족한 투수는 그에 대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 포수 역시 마찬가지다”고 후배들의 적극성을 치켜세웠다.
이어 심광호는 “야수진 전체가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그렇다. 수비에서 팀 동료가 정확하게 못 던져도 내가 잘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다”면서 “동료가 부족해도 내가 한 발 더 뛰어서 이를 메워주겠다는 의식이 팀 전체에 생겼다. 계속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단단한 팀워크가 구성될 것이다”고 어느 해보다 성공적인 전지훈련이 이뤄지기고 있음을 강조했다.
심광호는 유난히 많은 훈련을 소화한 작년의 LG 전지훈련과 올해 전지훈련의 차이점에 대해선 “올해는 자아성찰에 시간이 많아졌다. 훈련양이 준 것보다는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해졌다. 특히 자율훈련 때에 이런 게 많이 이뤄진다”며 “작년에는 전훈도중 하차하는 멤버가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없다. 신재웅, 정재복 등 오히려 부상에서 재기하고 있는 선수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부상 선수만 없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올해 전지훈련에 대한 만족감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심강호는 LG가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게 현재 팀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심광호는 “저평가되는 만큼 부담이 없다. 또한 쟁쟁한 선수가 없으니까 서로가 자리 하나를 차지하려는 의욕들도 있다. 투수 중에는 이대환, 신재웅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고 있어 기대된다”면서 “이번 전지훈련을 바탕으로 LG가 보다 좋은 팀으로 거듭날 것을 예상한다. 고참으로서 내 일과 후배들을 챙기는 일을 병행해야 해 힘들지만 이런 팀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괜찮다”라고 올 시즌 LG의 선전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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