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양승호, "정대현, 작년에는 있었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17 09: 26

"시즌 막판에 빠지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롯데 자이언츠 정대현(34)의 무릎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다 롯데와 4년간 36억 원에 전격 계약한 정대현은 불안했던 롯데의 뒷문을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대호와 장원준의 전열 이탈 속에서도 롯데가 4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던 건 정대현-이승호 듀오의 영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대현의 무릎 문제가 다시 드러난 건 지난 5일이다. 정대현은 1차 스프링캠프지인 사이판에서 2009년 수술을 받았던 왼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훈련을 이어갈 수 없어 먼저 귀국했다. 이후 치료를 받고 일본 가고시마 캠프로 합류했으나 14일 가졌던 하프피칭에서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가고시마 소재 병원은 정밀 진단이 어려워 정대현은 16일 오사카 소재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왼 무릎은 정대현에게 특히 중요하다. 언더핸드 투수의 왼 무릎은 릴리스 때 체중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에 많은 하중이 걸린다. 그래서 SK에 있을 당시에도 정대현의 무릎은 트레이너들에게 항상 요주의 관리대상 이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SK 컨디셔닝 코치는 정대현의 무릎을 정성스럽게 살폈고 롯데로 이적하며 정대현은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오사카에서 받았던 검진 결과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엔 시즌 초반 결장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초반 정대현 없이 시즌을 끌어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의 시즌 초반 결장이 현실화되면 '우산 효과'를 기대했던 롯데 불펜진의 힘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원래 정대현은 작년까지 우리에게 없던 전력 아닌가. 만약 초반 못 나와도 팀으로선 작년과 다를 건 없다. 선수 한 명으로 야구하는 건 아니다. 그 자리를 채울 선수가 분명히 나온다"고 했다.
양 감독은 정대현을 셋업맨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작년에 잘 던진 김사율을 올해도 믿는다. 주전 마무리는 김사율이고 그 바로 앞에 정대현을 쓸 계획"이라고 밝힌 양 감독은 "만약 김사율이 많이 흔들리는 일이 있다면 모를까 정대현을 주전 마무리로 못 박을 생각은 아직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SK에서 뛸 당시에도 무릎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를 받으며 등판했다. 한 시즌동안 공백 없이 주전 마무리를 맡기에는 정대현의 무릎 상태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롯데는 전지훈련부터 정대현의 무릎 통증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차라리 무릎 문제가 드러날 거면 지금이 낫다. 시즌 초반은 어떻게든 꾸려갈 수 있다. 초반 좀 결장하더라도 순위싸움이 본격화되는 시즌 후반에 활약해 주면 된다"면서 "만약 시즌 들어간 뒤 한창 급박할 후반기에 빠지면 그게 문제"라며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우산 두 개를 잃었다. 선발진에선 15승 180⅔이닝짜리 '장원준 우산'이 경찰청으로 갔고, 타선에선 3할-30홈런-100타점을 보증해 주는 '이대호 우산'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불펜에 큰 우산을 씌워 줄 것으로 기대받은 '정대현 우산'의 내구성에 따라 롯데의 순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철저한 관리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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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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