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휴식기를 갖고 단기전을 치르는 것이 제일 낫다”.
퍼시픽리그 2위로 클라이맥스 시리즈 도입 첫 해 모든 단기전을 다 치르고 일본시리즈를 우승했던 경험. 그러나 그 경험을 지닌 새 수석코치는 최대한 높은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우선시했다. 이토 쓰토무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8년 전 일본시리즈 우승 경험을 되돌아보았다.
지난해 말 두산의 새 수석코치로 공식 선임된 이토 수석은 선수로도 지도자로도 성공가도를 구가했다. 세이부 라이온스의 주전 포수로 8~90년대 황금시대를 이끌었고 은퇴 시기까지 꾸준히 팀의 주전 정포수 자리를 지켰던 이토 수석은 2004년 세이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 입봉과 함께 일본시리즈 패권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세이부의 퍼시픽리그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74승 1무 58패로 77승 4무 52패로 1위에 오른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밀려있었다. 그러나 세이부는 클라이맥스 시리즈서 3위 니혼햄에 이어 다이에까지 연달아 격파한 뒤 주니치와의 일본시리즈서 4승 3패로 극적인 우승에 성공했다.
이토 수석의 새 소속팀 두산은 지난 수 년 간 SK와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포스트시즌의 차점자로 만족해야 했다. 2005년 한국시리즈서 삼성에 4연패로 무릎 꿇었던 두산은 2007, 2008년 SK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넘겨줬고 2009년 플레이오프서는 SK에 2승 3패로 무너졌다. 2010년 플레이오프서도 두산은 삼성과 2승 3패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넘겨줬고 지난해는 5위에 그치며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페넌트레이스 순위가 밀린 데도 이유가 있었고 승부처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당시 선발진이 상대적으로 타 팀보다 약한 편이기도 했다.
8년 전 경쟁팀을 모두 꺾고 일본시리즈 제패까지 성공했던 이토 수석에게 단기전에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약점을 비췄던 두산에 자신의 경험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여부에 관한 질문이었으나 이토 수석은 신중했다.
“한국의 포스트시즌도 일본의 클라이맥스 시리즈처럼 일리미네이션(elimination, 시리즈 패배팀 탈락)식 시리즈기는 하지만 직접 겪지는 못해 뭐라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무래도 휴식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리즈를 치르니 확실히 불리하더라”.
사실 2004년 세이부의 일본시리즈 제패는 투수진에서 ‘미친 선수’가 나왔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그 해 페넌트레이스서 14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4.65에 그쳤던 베테랑 우완 이시이 다카시(현 세이부 코치)는 주니치와의 일본시리즈 1차전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7차전서도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혼자 2승을 따내며 이토 감독의 첫 시즌 우승에 공헌했다. 그 해 일본시리즈 MVP의 영광은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나 마무리 도요다 키요시(요미우리 코치)가 아닌 이시이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언제나 미친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이토 수석은 “한국시리즈 직행이나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어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두는 편이 낫다”라며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투수진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수력이 좋으면 타 팀보다 승산도 있고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최대한 페넌트레이스에서 높은 순위를 점해 재정비할 기간을 갖는 쪽이 좋기 때문에 전체적인 투수진 강화가 필수다. 8년 전 다 꺾고 우승하기는 했지만 정말 불리했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