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경기에서 연타석 아치를 쏘아 올린 최형우(29, 삼성 외야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날 삼성의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3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의 오키나와리그 첫 승을 선사했다.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의 연타석 홈런에 대해 "거포 본능이 시작됐다"고 표현할 만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키나와 전훈 캠프에 참가 중인 최형우는 더욱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타격 부문 3관왕에 오른 뒤 자신감이 배가 된 듯 했다. 최형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하우가 쌓여간다고 할까.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생각이 바뀌고 그러한 모든게 누적된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타격 3관왕에 등극한 뒤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한 최형우.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성적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2008년부터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짝 활약은 싫다. '작년'보다 '그동안'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8년 만에 사자 군단에 복귀했다. 최형우가 바라보는 이승엽은 어떤 모습일까. 최형우는 "팀을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리더"라고 표현한 뒤 "후배들 입장에서는 다가가기 힘들 수 있겠지만 먼저 이야기를 건네주시고 후배들을 아주 편하게 해주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형우의 글러브에는 태극마크가 새겨져 있다. 그는 "글러브 제조업체에서 해준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표팀 승선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대표팀 당연히 하고 싶다. 완전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될까".
2007년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던 그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에 비해 잘 알려진 대회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간 만큼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은 변함없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WBC에 참가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박찬호(한화), 김병현(넥센) 등 국내 무대에 복귀한 메이저리그 출신 거물급 투수와의 대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전 세계적인 스타 투수와의 대결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팀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고 겸손함 속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최형우는 91표 가운데 8표를 얻는데 그쳤다. MVP 트로피는 61표를 획득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의 몫이었다.
최형우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 솔직히 말해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후보 명단에 오르지 못한 것보다 못했다"면서 "올 시즌 당당히 도전해보겠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정규시즌 MVP 둘 다 노리겠다.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MVP에 등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그러기 위해서는 팀과 개인 성적 모두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팀이든 개인이든 마지막에 웃으면 된다"는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장을 내밀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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