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은, 서울대 성악과 졸업 후 1997년 청주 MBC 아나운서 입사, 2004년까지 MBC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 활동, 2007년 연기자 전향.
2012년, 김혜은은 위의 독특한 이력이 아닌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거친 사투리 욕설을 내뱉으며 남자와의 몸싸움도 서슴지 않는 나이트클럽 여사장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연기를 시작하고 5년 만에 스크린에 데뷔한 김혜은에게는 ‘행운의 여신’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왜냐고? ‘범죄와의 전쟁’은 박스오피스와 예매율에서 모두 1위를 기록중이며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첫 영화인데 정말 잘 돼서 송구한 면이 있고 운이 너무 좋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김)성균이하고 얘기할 때 ‘이렇게 잘 되도 되는 거니?’, ‘이건 꿈일 거야’라고 했어요.”(웃음)
- 첫 스크린 데뷔작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 진짜 쑥스러워요. 저보다 더 연기를 오래했던 선배들이 있는데 내가 홍일점이라는 이유로 무대인사를 다니는 것도 죄송하고 부끄러워요. 배고프면서 연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첫 영화 잘됐다고 하면 나를 얄미운 배우라고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특히 윤종빈 감독한테 눈에 띄었다는 게 운이었던 것 같아요. 여배우가 한명 나오는데 더 섹시하고 더 쌔 보이는 배우가 있었을 텐데 감독님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잘못 캐스팅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죠. 정말 개인적으로 얻은 게 많은 작품이에요.
- 배우로 데뷔한 후 첫 영화 도전 어떤가?
▲ 확실히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들어요. 드라마는 대사를 연습할 시간이 없고 정신없이 촬영하고 무언가 빨리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대본이 책 한권으로 나오니까 아무래도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배우로서 애정이 갈 수 밖에 없더라고요.

- 유일한 여자배우로서 남자들 사이에서 외로웠을 것 같다.
▲ 모두 남자들만 있는 분위기에서 여자가 한 명 있으니까 내가 가면 화사해졌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부담감이 있었어요.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면 질타가 있을까봐 걱정도 됐고요.
- 홍일점으로서 ‘공대 아름이’처럼 남자배우들에게 대접을 받지 않았나.
▲ 최민식 선배한테 대접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드려요. 내가 나이가 적지 않고 가정도 있고 아기 엄마라서 미안한 점도 있었어요. 내가 좀 더 젊은 홍일점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미안함이 있어요.
- 나이트클럽 여사장이라는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지 않았나?
▲ 찍는 동안 내가 굉장히 예민해져서 주위 사람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나와 접점이 없는 캐릭터라 여사장의 모습을 만들어가는데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죠.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하는 동안 내가 캐릭터에 빠져 있어서 말이 쌔게 나와서 남편이 당황스러워했어요.
그래서 내 본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있었죠. 이대로 계속 가면 막돼먹은 혜은씨가 되겠더라고요. 지금은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데 좋은 점은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누가 부탁을 하면 ‘노’라고 대답을 못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죠.(웃음)
-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고 연기생활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 딱히 욕심이 있지는 않아요. 맡겨진 역할과 소통하고 의미를 찾는 거죠.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도 그건 내 소관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진실 되게 다가가서 그 인물과 소통하느냐가 내가 배우생활 하는데 있어서 관건이지 내가 어떤 배우가 되려고 하는 건 어떤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건데 그건 헛된 욕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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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