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시작 전부터 큰 암초에 부딪혔다.
롯데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투수 정대현(34)이 지난 16일 오사카 대학병원에서의 무릎 정밀 검진결과 좌측 슬관절 반월상 연골판 부분손상으로 판명되어 관절경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대현은 오는 21일 일본 오사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3개월 가량의 재활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대현은 지난해 SK에서 FA를 선언한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그러나 난항을 겪자 전격적으로 4년간 36억 원의 조건으로 롯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정대현의 가세는 이대호, 장원준, 임경완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간 롯데에 뒷문 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안겼다.
그러나 무릎이 말썽이었다. 지난 2009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정대현은 지난 5일 처음으로 왼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이후 국내로 귀국해 잠시 치료를 받은 뒤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했던 정대현은 14일 하프피칭 도중 무릎 통증을 다시 호소, 결국 검진 끝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정대현이 수술을 받을 부위인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 위아래의 반달처럼 생긴 섬유성 연골로 무릎 관절의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관절과 연골을 보호 해주는 이 부위는 갑작스럽거나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이 올 수 있다. 정대현은 롯데로 팀을 옮긴 후 그 어느 해보다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롯데가 큰 기대를 갖고 영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욱 빨리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자 욕심을 냈지만 의욕이 과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를 FA로 무리하게 영입했다는 지적을 내 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 배재후 단장은 "2009년 수술 부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곳"이라고 반박했다.
배 단장은 "정대현이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는 데 굉장히 강한 의욕을 보였다. 훈련 도중 다리를 잘못 디뎌서 무릎 연골 손상을 입은 것 뿐"이라며 "원래 자기관리가 완벽한 선수다. 정대현 선수 본인도 큰 동요없이 꾸준히 재활을 받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 감독 역시 한창 시즌 중반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시즌 전 털어버리는 게 낫다는 말을 했다. 3개월이면 재활이 끝나기에 빠르면 5월 초면 등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소속팀인 SK 관계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이번에 정대현이 수술 받는 반월상 연골판은 2009년 수술받았던 곳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위다. 부상 원인 자체가 다르다"면서 "2009년에는 힘줄 부근 수술을 받았다. 데뷔 이후부터 꾸준히 안 좋았던 부위였다. 이번에 수술받을 곳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팀을 옮긴 이후 의욕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부상이 온 것 같다"고 추측했다. 더불어 "그 쪽 수술은 방법도 쉽고 경과도 좋은 가벼운 부위다. 재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대현의 공백으로 롯데는 시즌 초반 마운드 판을 새로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대현의 빠른 회복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정대현은 2009년 겨울 수술을 받은 뒤 곧바로 복귀해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롯데가 시즌 초반 '정대현발 암초'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