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는 살아있었다.
NC 좌완 투수 민성기(23)가 2년 4개월만의 피칭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민성기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주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구단 자체 청백전에서 5회 백팀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2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에게는 의미있는 등판이었다.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번 전체 22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민성기는 2008년 우리 히어로즈에서 1군 데뷔했다. 데뷔 첫 해 6경기에서 1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5.68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는 1군에 오르지 못했고 군입대를 택했다.

그런데 그냥 군대가 아니었다. 자원 입대만 가능하다는 해병대였다. 당초 상무와 경찰청에 지원했지만 모두 다 탈락했다. 그러자 마음을 바꿔 먹고 과감하게 해병대 입대를 자원했다. 주위의 반대에도 해병대 입대를 무릅 쓴 이유에 대해 민성기는 "쓴맛을 본 만큼 독하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1년은 계급이 낮아 어쩔 수 없이 야구와 동떨어져 지냈다. 하지만 상병을 단 뒤 간부와 고참들의 배려로 일과 시간을 마치면 개인 훈련을 했다. 웨이트와 러닝 뿐만 아니라 수건으로 섀도우 피칭도 했다. TV 중계 속 류현진은 좋은 롤 모델이었다.
그러나 시련은 한 번 더 있었다. 지난해 11월20일 전역했으나 일주일 만에 넥센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훈련을 이어갔고 넥센 방출 일주일 뒤 NC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강진·제주도 캠프에서 합격점을 받고 NC에 입단했고 당당히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그리고 이날 등판이 무려 2년 4개월만의 실전이었다. 5회 첫 타자 김종찬을 3루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뒤 조평호·노진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박세웅을 헛스윙 삼진 잡은 뒤 김동건을 좌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끝냈다. 6회 박헌욱을 3루 땅볼로 잡은 민성기는 이성엽을 내야 안타로 보냈지만, 도루 저지에 성공한 뒤 나성범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민성기는 "넥센에서 방출된 후 군제대까지 2년 4개월만의 첫 피칭이었다. 오랜만에 던져 보니 너무 좋았다. 공을 즐겁게 던진 것 같다"며 "긴 공백 때문에 피칭감이 떨어져 포수의 리드에 의존했다.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 위주로 던졌는데 체인지업이 가장 좋았다"고 이날 피칭을 자평했다.
그는 "남들이 비해 시작이 낮은 만큼 페이스를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 좋은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쳤다. "해병혼의 정신으로 악착 같이 하겠다"고 열의를 보인 민성기. 이제 전역 3개월차의 만 23세 젊은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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