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팀’ 된 동부와 ‘강동희 시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19 07: 32

스승과도 같은 절친한 형을 넘어섰다. 또한 최다연승-최다승 기록을 한국 농구 역사 상 최고의 동료이자 친한 선배를 상대로 거뒀다. 실업 기아자동차 시절과 KBL 출범 초기 불세출의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던 강동희(46) 원주 동부 감독이 지도자로서도 전성시대를 맞았다.
동부는 지난 1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KCC전서 김주성-로드 벤슨 트윈타워와 예비역 이광재의 맹활약 등에 힘입어 86-71로 낙승했다. 이미 1위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은 동부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42승 7패(18일 현재)를 기록하는 동시에 무려 16연승을 달리며 KBL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최다 연승 기록은 지난 2004~2005시즌 안양 KGC 인삼공사의 전신인 SBS가 단테 존스 등을 앞세워 세운 15연승이었다. 게다가 동부는 시즌 42승째를 거두며 지난 2010~2011시즌 KT가 세운 기존 시즌 최다승 기록인 41승을 넘어섰다. 이미 잔여 경기와 관계없이 동부는 역대 단일 시즌 최강팀의 조건을 갖췄다. 남은 5경기를 모두 패해도 동부는 42승 12패 승률 7할7푼8리를 기록, 역대 최고 승률을 확정지었다.

송도고-중앙대를 거쳐 1989년 말 기아자동차에 입단한 강 감독은 김유택-허재와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한국 농구를 이끌어 간 최고 포인트가드였다. 프로 출범 후에도 강 감독은 대학 후배인 스몰포워드 김영만과 함께 ‘허동만 트리오’로 활약하며 기아 왕조를 이끌었다.
2004년 LG에서 은퇴한 후 LG 코치를 거쳐 2005년 동부 코치로 적을 옮긴 강 감독은 전창진(49) 부산 KT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강 감독에게 전 감독은 절친한 형이자 감독으로서 어떻게 전략을 짜야하는지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던 스승과 다름없었다. 전 감독은 김주성과 장신 외국인 센터가 골밑을 지키는 트윈타워를 축으로 하는 수비 농구를 펼쳤고 그 결과 동부는 플레이오프 컨텐더의 자리를 굳혔다.
전 감독이 KT로 자리를 옮긴 후 동부의 지휘봉을 물려받은 강 감독은 감독 데뷔 첫 해인 2009~2010시즌 33승 21패(5위)에 이어 4강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도 동부는 정규시즌 31승 23패(4위)를 기록한 뒤 4강 플레이오프서 전 감독의 KT를 꺾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비록 챔피언전서 허재 감독의 KCC에 2승 4패로 우승을 내줬으나 막판 접전 경기를 펼치며 절친한 형을 위협했다.
스몰포워드로서 경쟁력을 갖춘 윤호영이 가세하며 강력한 트리플타워를 구축해 더욱 강력해진 수비진을 구축하며 동부를 절대 강호 반열로 이끈 강 감독. 여기에 올 시즌은 포인트가드 박지현의 기량 만개와 상무를 갓 제대한 슈터 이광재의 막판 합류로 더욱 전력이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동부다. 지난 시즌까지 외곽 슈터 부재로 고민했던 동부는 올 시즌 3점슛 성공 297개(3위)에 성공률 1위(36.89%, 805개 시도)로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
선수로서도 코치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강 감독이었으나 그동안은 주인공이기보다 만점 조력자로 주목을 받았던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 승률팀’의 지휘자로 더 높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강 감독에게 동부 지휘봉을 물려준 전창진 감독 또한 "지금의 동부는 내가 아니라 강 감독이 만든 것"이라며 후배의 지도력을 인정했다. 진정한 ‘강동희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