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골' 구자철-미야이치, 임대생 성공기 쓸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2.19 10: 43

[OSEN=김희선 인턴기자] 소속팀서 자리를 찾지 못했던 임대생들이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그 동안 벤치에서 머무르며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들이 그라운드서 골맛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FA컵서 임대생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과 미야이치 료(19, 볼튼)가 나란히 데뷔골을 터뜨리며 실력을 증명했다.
둘의 골은 각각 의미가 남달랐다. 구자철은 즉시전력, 미야이치는 유망주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꿈의 무대인 분데스리가와 EPL에 진출했지만 그동안 줄곧 교체 출전에 그치거나 리저브에 불과했던 이들이 임대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됐다는 점은 같다.

지난해 1월 2011 아시안컵 직후 분데스리가로 진출한 구자철은 1년 동안 볼프스부르크에서 풀타임 소화 없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바 있다. 활용도는 높지만 선발로 출전할 만큼 펠릭스 마가트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13개월 만에 데뷔골을 터뜨린 구자철은 두 경기 연속 선발로 출장, 풀타임을 소화하며 벤치에서 머물렀던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감각을 회복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두 번째 경기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했다.
비록 팀은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진 수비로 인해 1-4 대패를 당했지만 구자철의 센스 있는 플레이는 요스 루후카이 감독은 물론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심어줬음에 틀림없다. 구자철은 이날 경기서 팀내 최고 평점인 3점(빌트)을 받았고 FW 역할까지 도맡아 데뷔골을 넣어 앞으로 남은 임대기간 동안 꾸준히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아스날에서 볼튼으로 이적한 미야이치 역시 위건전 교체 출전 데뷔 이후 첫 선발로 나선 FA컵서 데뷔골이자 팀의 결승골을 터뜨리며 유망주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위건전 플레이로 오웬 코일 감독의 극찬을 받았던 미야이치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 경기서 골을 넣겠다"던 다짐을 현실로 만들며 다음 리그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높였다.
이청용과 스튜어트 홀든 등 주전들이 줄부상을 당한 볼튼은 특히 공격력에서 큰 공백을 느끼고 있었다. 원활히 공격이 풀리지 않으며 전체적인 경기력이 난조를 보이고 있었고, 팀은 리그 강등권을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야이치가 어렵게 얻어낸 찬스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볼튼의 숨통을 틔워준 것. 이청용과 홀든이 복귀할 때까지 코일 감독의 말처럼 '살아남아야(survive)'하는 볼튼으로서는 미야이치가 과연 잭 윌셔, 다니엘 스터리지 이후로 임대생 신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즉시전력 감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입됐던 미야이치는 볼튼뿐만 아니라 원 소속팀인 아스날에도 자신의 존재를 또 한 번 알리게 됐다. 유망주들의 '임대 유학'으로 쏠쏠히 재미를 봤던 아스날인만큼 미야이치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미야이치는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8점(스카이스포츠)을 받았고 전반 4분 만에 터진 미야이치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은 볼튼은 후반 15분 다비드 은고그의 추가골을 묶어 2-0으로 밀월을 물리치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기회는 놓치지 않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임대 이적이라는 전환점에서 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나타낸 구자철과 미야이치가 과연 앞으로도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임대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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