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 예능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일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의 종영 이후 줄곧 KBS 2TV '해피선데이'에 눌렸던 일요일 예능 대결에서 역전의 호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반격의 주인공은 유재석의 '런닝맨'과 리얼 오디션 'K팝스타'의 환상 궁합이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완벽한 호흡으로 '일요일이 좋다'의 원투 펀치로 자리잡았다. '해피선데이' 전성기 '남자의 자격'-'1박2일' 콤비가 선보였던 막강한 쌍끌이 효과를 SBS로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다.
'런닝맨'은 SBS 예능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서 뒤늦게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일요일이 좋다'의 간판이다. 메인MC 유재석 카드라면 SBS가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 터줏대감 '1박2일'의 아성에 가려 시청률 경쟁에서는 첫방 이후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때 MBC '나는 가수다'의 깜짝 인기 때는 3위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들었다.

그러나 최근 10,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선호도는 '런닝맨' 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분위기다. 시청률 조사기관의 수치보다 실제 인기와 영향력이 훨씬 높은 이유도 이들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까닭이다. 젊은 세대의 경우 본방 사수 능력을 약하지만 모바일이나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좋아하는 프로를 시청하고 이에대한 열렬한 반응을 쏟아낸다. MBC '무한도전'과 흡사하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개리 송지효 김종국 하하 이광수 등 집단MC의 호흡이 완전하게 자리를 잡은데다 다소 어려운 듯 했던 게임 방식에 시청자 몰입이 끝나면서 '런닝맨'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합창단' 특집 때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남자의 자격'이 이후 하향세로 접어든 것도 '런닝맨'을 돕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남자의 자격'은 시청 연령층이 중장년 남성으로 고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살 정도로 프로그램 포맷이 매너리즘에 빠졌다.
거꾸로 '일요일이 좋다'는 리얼 오디션 'K팝스타'가 지난해 연말 등장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런닝맨' 대신 '해피선데이'의 주력이자 한국 TV예능 최강으로 군림한 '해피선데이-1박2일'과 맞서면서도 처음부터 꾸준히 10% 초 중반 시청률을 유지하는 강세를 보였다.
YG 양현석-JYP 박진영-SM 보아, 국내 3대가요기획사를 대표하는 심사위원들이 '최종 참가자가 기획사를 고른다'는 역발상 우승상품을 내걸고 TV오디션에 나서면서 국내외 최고의 진짜 실력자들이 대거 몰려든 게 바로 'K팝스타'다.
그런 연고로 'K팝스타'는 참가자들의 신변잡기나 갈등, 눈물 사연 등의 인공조미료는 일체 배제한 채 말그대로 실력파들의 피 튀기는 오디션 현장을 생생하게 안방극장으로 전달하는 중이다. 빠른 진행과 돋보이는 화면 구성, 세련된 무대 구성 등은 TV 오디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K팝스타'에 대한 호감과 시청률이 급상승하면서 '런닝맨'의 경쟁력도 높아졌고 '런닝맨' 효과는 그대로 'K팝스타'에 전달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제 'K팝스타'는 TV오디션의 백미라고 할수있는 생방송 배틀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경우 시청률 30% 돌파까지 예상하는 중이다.
'일요일이 좋다'가 당분간 웃을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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