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관, “LG는 내게 커다란 도전이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2.20 07: 29

“LG는 내게 있어 커다란 도전이다. LG란 팀을 시작 단계부터 하나씩 올려놓고자하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마지막 도전일 수도 있는 만큼 제대로 해보고 싶다”.
김무관(55) 타격코치는 선수들에게 스승이자, 멘토, 그리고 아버지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면은 물론, 성격까지 파악해 맞춤형 지도에 나선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 선수들을 관찰하고  가장 효과적인 지도 방법을 택한다.
김 코치의 지도 아래, 롯데는 2010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2년 연속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다. 이대호를 리그 최고의 타자로 키우고 강민호를 국가대표 포수로 올라서게 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손아섭, 전준우의 잠재력을 끌어내 이들을 3할 타자로 만들었다. 롯데 선수들 모두 김 코치가 팀을 떠나는 순간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이는 단순히 김 코치가 롯데 선수들의 기량을 상승시켜서가 아닌 마치 아버지와 같이 진심을 다해 선수들과 호흡했기 때문이다.

“내 기본적인 지도 이론은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술이나 기량뿐이 아닌, 선수들의 성격도 잘 파악해야 한다. 선수들의 성격을 알아야 선수를 지도할 때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지 아니면 타일러야할지 정할 수 있다. 선수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 성격에 지도자가 맞춰줘야 지도자와 선수가 제대로 소통한다”.
김 코치는 지난해 11월 LG 타격코치로 부임, 올해 전지훈련부터 LG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김 코치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기술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 매진하는 중이다. 아직 모든 선수들을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김 코치는 LG 선수들과 서둘러 호흡하며 맞춤형 지도에 나서고 있다.
 
“LG에 와서 보니 좋은 선수들은 베테랑에 편중되어 있었다. 팀이 앞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느꼈다. 물론 여전히 선수들을 파악하는 단계에 있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이대형, 오지환, 김태완을 주목하고 있다. 이대형을 보니 스윙 궤도 자체가 잘못됐다. 롯데 시절 황재균처럼 몸을 묶어놓고 타격시키고 있는데 과정만 비슷할 뿐 의도하는 결과는 황재균과 전혀 다르다. 일단 연습에선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결과가 나오진 않고 있지만 아직 개막까지 한 달 반 정도 남았기 때문에 이대형이 도약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김 코치는 베테랑 편중 현상 외에 좌타자 편중 현상도 LG 타선이 극복해야할 부분으로 봤다. 지난 시즌 LG는 좌타자들이 2할8푼1리를 기록한 것에 반해 우타자들은 2할5푼3리에 그쳤다. 팀 타율을 놓고 보면 우투수를 상대로는 2할6푼9리였지만 좌투수에겐 2할5푼9리였다. 팀에 수준급 좌타자는 많지만 이들이 좌투수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결국 팀 전체가 좌투수에게 고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단 팀에 좌타자들이 많은데 좌타자들이 좌투수를 상대로 잘 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타자들을 키워 우타자 부족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타자 중 김태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LG에 와서 보니 김태완이 생각보다 좋은 타자라 제대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났다. 스위치타자 서동욱은 우타자로 나설 때 타율이 너무 떨어졌었다. 좌타자로 고정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스위치를 유지할 경우 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 이에 대한 변화를 주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 코치는 기술적인 면 외에도 선수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김 코치는 LG가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자기 가신도 모르게 ‘빨리 포기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김 코치는 롯데가 2001시즌부터 2007시즌까지 7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을 토대로 LG에도 똑같은 처방을 내리려고 한다.
 
“LG 선수들은 쉽게 포기한다. 자꾸 지니까 자신들도 모르게 그게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약은 이기는 것뿐이다. 이겨야 포기하지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면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롯데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기간이 길었다. 롯데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도하면서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부단히 강조했다. LG에는 그동안 많은 타격코치들이 거쳐 갔다. 그만큼 선수들이 혼돈을 느꼈을 수도 있다.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는 게 아닌 단호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작은 변화를 통해 큰 효과를 내도록 지도하겠다”.
김 코치는 11년 동안 함께했던 롯데를 떠나 LG 유니폼을 입었다. 김 코치가 롯데를 리그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만들면서 롯데 성적 역시 2008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2위에 자리했다. 어쩌면 김 코치와 롯데 모두 방점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코치는 LG라는 도전을 택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한 번 무언가를 이룩하고픈 도전욕구가 김 코치의 마음을 움직였다.
“LG를 택한 것은 내게 있어 큰 도전이다. 만일 롯데에 머물렀다면 편하게 우승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승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LG에서 팀을 처음부터 올리는 일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내가 10년, 20년 후에도 지도자 생활을 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어쩌면 이번이 내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LG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