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 이해옥, “뜨개는 ‘힐링’과도 같은 것, 힘들 땐 즐기세요”
OSEN 이은화 기자
발행 2012.03.02 09: 04

최근 ‘고마워, 손뜨개’와 ‘반가워, 손뜨개’를 출간하며 각종 인터뷰와 수강 문의로 바쁜 생활을 지내고 있는 이해옥 대표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직접 디자인한 카디건을 입었다며 웃으며 맞아주는 이해옥 대표의 첫인상은 포근함 그 자체였다.
7년째 삼청동에 자리하고 있는 단주(丹珠)는 크지 않은 규모지만, 뜨개 용품과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숍과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뜨개를 배우는 공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주는 붉은 구슬을 뜻하는데, 이는 한자 신동으로 불렸던 조카가 구체관절 인형에 붙여준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이해옥 대표는 “두 글자이면서 빨강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붉을 단에 구슬 주를 듣는 순간 느낌이 딱 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뜨개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힐링’을 강조했다.
“뜨개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힐링’과도 같아서 뜨개를 하는 순간에는 세파의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실제로 티벳 승려는 뜨개질이 필수 이수 과목이라고 해요. 그 만큼 뜨개질은 현대인의 정서 치유에 효과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또한 뜨개의 장점에 대해 “뜨개질은 조급함을 다스릴 수 있어요. 성격이 급한 수강생들이 실제로 뜨개질을 배우다 보니 점차 느긋해지는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요. 뜨개는 뜨다가 마음에 안 들면 미련 없이 풀어서 다시 뜰 수 있으니까요”라며, “인생에는 기를 쓰고 해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취미생활을 할 때 만큼은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에 맞춰 가볍고 즐겁게 시작하면 되는 거에요”라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단주’가 그러한 마음의 안식을 주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단주는 단순히 뜨개를 하는 곳이 아니라, 예전 대학시절 학교 동아리처럼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해서 ‘종교 색채를 띠지 않은 소속감을 주는 곳’이죠. 단주에는 고위 관직자들의 사모님이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여성 CEO, 또 근래에는 20~30대의 젊은 친구들도 많이 찾아와요. 이 곳은 수직적인 분위기가 아니어서 세대간의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단주’만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해옥 대표는 회원을 받을 때에도 면접을 거친다고 한다. 가족적이고 서로의 인간적인 코드가 맞아야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함께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거치는 과정이에요. 무엇보다 대표인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잇잖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단주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흔히 ‘뜨개질’이라는 것이 배우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렵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물었더니, 그녀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뜨개질 생각만큼 어렵지않아요. 초보자에게 맞는 쉬운 난이도의 작품부터 즐기면서 뜨면 돼요. 어느 정도의 뜨개를 하는 기초 실력만 갖춰지면 테크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디자인이 더 중요하겠지요"라며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녀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으로 패션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대학 시절 별명이 애늙은이였어요. 동기들이 술 마시고 놀 때 혼자 바느질과 뜨개질을 하면서 시작하던 것이 결국 자연스럽게 이 길로 빠지게 됐죠. 또 제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 익숙한 것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공대 출신이라는 그녀의 경험이 현재의 업무에 도움이 된다며 “뜨개는 의외로 숫자와 공감각적인 면이 필요해요. 저는 그래서 누군가 무엇을 뜨고 싶다고 말하면 머릿 속에 모눈종이가 떠오르면서 디자인 설계가 그려지죠. 실제 수강생들 가운데에도 디자인생들보다 이과생들이 더 잘 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전공을 뒤엎고 전혀 다른 길을 들어섰던 경험을 가진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 고민하는 어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그녀는 세 가지로 답했다.
“첫째,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과 가장 즐거워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이 둘의 교집합을 찾을 것. 둘째, 홍익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 일이 보람이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이바지 할 것.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녀는 각종 봉사 모임에 참여하고, 스스로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했다. 단주를 차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한 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을 지적하거나 혼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스스로의 일에 회의가 들었어요. 그래서 그만뒀죠"라며, "내가 즐겁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요. 내 마음을 잘 다스리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제 목표죠. 그래서 내가 더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다가 단주를 차리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내가 행복해야 다른 이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하며 해맑게 웃는 그녀에게서 처음 얼굴을 마주할 때 느꼈던 편안함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끝으로 그녀의 올해의 화두에 대해 물었다.
"금년 표어는 '애쓰지 말자'에요. 패션의 기본은 simple is the best 잖아요. 절대로 뜨개와 싸우지 마세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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