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한 명이 빠진다고 약해질 팀이 아니다. 우리 팀 계투는 여전히 강하다".
롯데 자이언츠 이승호(31)는 프로데뷔 이후 처음으로 SK 와이번스가 아닌 다른 팀에서 동계훈련을 받고 있다. 2001년 SK에서 데뷔했던 이승호는 지난 겨울 FA 자격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선발 10승을 목표로 내건 이승호는 사이판 캠프를 거쳐 일본 가고시마에서 차근차근 새 팀에서의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승호가 본 롯데 캠프와 SK 캠프의 차이점은 있을까. 그는 "운동은 어디서 하든 똑같다. 다만 올해 (양승호) 감독님께서 투수 몇 명만 제외하고 모두 선발 후보라고 말씀하셔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덕분에 캠프 분위기가 후끈하고 누구도 뒤지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발 경쟁자들은 실전 피칭에 돌입하며 기량 점검에 나선 가운데 아직 이승호는 하프피칭만 소화하고 있으며 실전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캠프에서 롯데 투수들이 몸을 빨리 끌어올리는 경향도 있지만 이승호의 페이스도 평년보다 늦다. 그는 "몸 상태는 아직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래도 몇 년만에 캠프 때 아픈 곳이 없다는 건 다행"이라고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이승호는 굳이 무리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릴 계획이 없다. 아직 시즌까지는 한 달 반이 남아있고, 선발 경쟁은 시즌 중에도 계속된다. 그는 "급하면 탈이 난다. 시즌 시작까지만 몸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몸을 끌어 올릴 것이다. 지금은 조급한 마음을 갖기 보다는 철저히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라며 "4월 개막 때 결정된 선발진이 1년 내내 운영되는 건 아니다. 만약 개막 때 선발로 출발 못 한다 하더라도 분명 기회는 올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대다수 투수들의 최종 목표는 선발투수다. 그렇지만 이승호는 선발 진입을 노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승호는 2008년 68경기, 2009년 65경기 등 거의 팀 경기의 절반 가까이 출전했다. 지난해는 51경기만 나섰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 등판할 지 모르며 불펜에서 대기하는 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또한 이승호는 2004년 선발로 15승을 거뒀던 경험이 있는 만큼 선발로 경기를 책임지는 짜릿함을 알고 있다. 그는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께 선발 준비의 뜻을 밝혔다. 지금은 훈련을 하며 몸을 선발에 맞춘다는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이승호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경찰청에 입대하며 생긴 공백을 채워 줄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렇지만 SK에서 롯데로 함께 팀을 옮긴 정대현의 갑작스런 수술에 따른 시즌 초 결장은 이승호의 보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팀 동료의 부상이라는 안타까움에 자칫 불펜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승호는 팀 동료에 대한 굳은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없더라도 우리 불펜은 충분히 강하다. (정대현이 빠졌다고) 약해질 불펜이 아니다"라며 "특히 롯데는 좋은 왼손 투수가 많지 않냐. 강영식과 이명우는 최고"라며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현 상황, 이승호는 선발 경쟁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또한 정대현의 결장도 선발진을 노리는 이승호에겐 악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승호의 선발 진입에 대한 일념은 강하다. 개막전 이승호가 어떤 보직을 맡을지도 이번 롯데 스프링캠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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