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격다짐식 당겨치기보다 나쁜 볼을 골라내고 필요한 순간 밀어치는 타격으로 상대 수비 시프트를 흔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과 함께 가장으로서 첫 시즌을 맞는 최준석(29. 두산 베어스)이 장타력을 갖춘 ‘스프레이 히터’로 변신 중이다.
최준석은 지난 시즌 왼 무릎 부상 여파로 인해 제 힘을 쓰지 못하며 2할7푼1리 15홈런 75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그로 인해 3년 연속 3할 타율 및 8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는 최준석의 위력이 떨어지며 ‘김동석 트리오’의 힘도 떨어졌고 팀도 5위에 그치고 말았다.
당초 지난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최준석은 재활을 통해 무릎 통증을 완화시킨 뒤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전지훈련서 정상적인 훈련량을 소화했다. 지난해 12월 승무원 출신 어효인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데다 올 시즌 중 아버지가 되는 만큼 가장이자 팀의 중심타자로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말썽을 일으키던 무릎 상태도 습도가 낮은 애리조나에서 훈련한 덕택에 꽤 회복되었다.

애리조나 연습경기서 최준석은 4경기에 출장해 7타수 4안타(볼넷 4개) 2타점을 기록했다. 큰 스윙 보다 컨택에 집중했던 그는 4개의 안타 중 세 개를 우익수 방면으로 밀어쳤다. 김진욱 감독이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마감하며 좋은 성장세를 보여준 선수를 언급하며 최준석을 꼽은 이유다.
그동안 최준석은 거포 이미지에 걸맞게 있는 힘껏 당겨치는 데 주목했다. 지난 3년 간 최준석은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54홈런을 때려내며 김현수-김동주와 함께 중심타선 한 축을 지켰다. 그 최준석이 이제는 밀어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 밀어치는 타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타점 찬스 순간 당겨치기보다 주자를 홈으로 확실히 불러들일 수 있는 타격을 하고 싶다”. 앞선의 김현수가 한 차원 높은 컨택 타격에 집중하고 있고 4번 타자 김동주도 “이제는 중심타선의 가교 노릇을 하고 싶다”라며 더 많은 출루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인만큼 5번 타자 최준석이 해결사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최준석도 ‘100타점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거포가 밀어칠 수도 있다는 점은 상대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기 충분하다. 2008~2009시즌 LG에서 활약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중반 일본 리그를 평정할 수 있던 데는 ‘밀어쳐서도 좋은 타구를 양산할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심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수비 시프트를 멀리 잡을 수는 있어도 어느 방향으로 잡아둬야 할 지 난감하게 하는 타자가 바로 ‘스프레이형 거포’다.
그렇다고 최준석이 모든 공을 밀어치겠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밀어치겠다. 그리고 올해 잠실을 홈으로 3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타자가 되고 싶다”라며 장타력에 대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최준석이다. 아내에게 보여주는 본격적인 첫 시즌인데다 시즌 중 아버지가 되는 만큼 ‘밀어치기도 능한 거포’를 목표로 하는 최준석의 각오는 더욱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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