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일 '전라북도가 도계시장 1위의 하림그룹과 손잡고 10구단 유치 경쟁에 나선다'는 보도였다. 이에 전북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여러 그룹들과 접촉 중이며 그 중 하나가 하림"이라고 밝혔다. 수면 아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10구단 유치 경쟁이 본격적으로 재점화되는 상황이다.
▲ 수원, "프로는 경제논리, 조만간 기업 결정"

이날 전북의 하림 접촉 관련 보도가 나갔지만 수원시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북과 하림은 작년부터 계속 나온 이야기였다. 그리 놀랍지 않았다"며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전북이 10구단 유치위원회를 발족했는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추진위원회에 포함됐다. 전북 익산을 연고로 하는 하림그룹의 창업자 김홍국 회장은 평소 야구에 대한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원시는 여전히 입지 조건에서 유리한 처지이고 물밑에서 여러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우리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김문수) 도지사님이 신경 쓰며 직접 움직이고 있는 일이다. 조만간 어떤 언급이 있을 것이다. 늦어도 3월 중순까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함께 할 기업 접촉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림을 능가하는 대기업이 수원시와 손을 맞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0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수원시를 중심으로 경기남부권은 600만에 달하는 인구와 시장성이 풍부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주변 인구라든지 교통망은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수원시가 10구단을 유치할 경우에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1373억원, 고용 파급효과가 1441명에 달한다는 한국은행 산업연관분석 조사결과도 있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결국 경제 논리"라는 말로 수원의 10구단 유치 당위성을 말했다.
▲ 전북, "뜨거운 열기, 균형적 발전 필요"

하림과의 접촉설이 터진 전북은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북도의 관계자는 "기업에서 공식적으로 KBO에 회원 가입하고 발표해야 할 사항이다. 도에서 먼저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하림과의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여러 기업과 접촉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하림이라는 것이다. 전북은 하림과 접촉 중에 있으며 이번 달 안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북이 가장 앞세우는 건 역시 야구 열기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전주고 등 야구 명문교에서 수많은 야구 스타들을 배출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오래된 야구 열기를 자랑한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 야구 열기가 높다는 건 야구인들이 100% 인정하는 부분이다. 전북의 인구도 생각보다 그렇게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주·군산·익산·완주의 총 인구는 130만명이 넘는다. '충성도'로만 따지면 수원보다 더 우위라는 게 전북의 자신이다.
또 하나 주장하는 요소는 균형적 발전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언제까지 수도권에만 집중될 것인가. 지방에도 팀들이 있어야 균형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은 서울 3팀, 경기도 1팀, 충청도 1팀, 경상도 3팀, 전라도에 1팀으로 구성돼 있다. 절반에 가까운 팀들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 팀이 하나밖에 없는 전라도와 충청도 사이의 전북에 구단이 생긴다면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전북의 주장이다.
▲ 인프라 확충에 걸린 정책 대결

이번 10구단 유치 경쟁이 더욱 주목받는 건 '정책 대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팔을 걷어붙였고, 전북에서도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송하진 전주시장도 돕고 있다. 시도 관계자들이 "아주 중요한 중대사"라며 10구단 유치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정책 대결은 곧 인프라와 관련이 깊다. 프로야구팀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 열기를 떠받칠 수 있는 야구장이 필요하다. 수원과 전북은 과거 현대와 쌍방울이 프로야구팀으로 있었다. 그 당시 사용한 수원구장·전주구장·군산구장 등을 갖고 있지만 아무래도 최신식 구장과는 거리가 있다. 야구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고 이에 따라 10구단 유치 경쟁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수원은 기존의 수원구장 리모델링에 중점을 두고있다. 예산을 확보해 관람석 정비와 스탠드 방수 VIP실·스카이박스·조명타워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갈 계획. 여기에 신생 구단에 1만∼1만5000㎡의 훈련장 부지를 제공하고, 향후 수원·화성·오산이 통합되면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새 야구장 건립도 추진할 계획도 있다. 전북은 전주에 2만5000석 이상의 새 야구장을 2015년 3월까지 건립하기로 했다. 여기에 군산구장의 관중석을 확충하고, 익산구장을 신생구단의 연습장 및 2군 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10구단 문제는 다음달 KBO 이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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