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련은 없다. 비상만이 남았다.
NC는 한국의 1군팀들과 5차례 연습경기에서 핵심 야수들을 발굴했다. 타자로 순조롭게 적은하고 있는 나성범 뿐만 아니라 1번 박민우와 4번 이명환이 주요 타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외야수 김종찬(25)이다.
김종찬은 5차례 연습경기에서 19타수 4안타로 타율은 2할1푼1리에 불과하지만 홈런 하나 포함 무려 6타점을 쓸어담았다. 팀 내 최다 타점. 특히 지난 19일(한국시간) 두산전에서 0-3으로 뒤진 7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주자일소 3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8회에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날리며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떨쳤다.

사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첫 3차례 연습경기에서 김종찬은 모두 5번타자 우익수로 기용됐지만 11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침묵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4번째 연습경기 넥센전에서 타순을 6번으로 내린 대신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이날 김종찬은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김종찬은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인창고 시절 포수를 본 그는 연세대 진학 후 투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투수 전향 3개월 만에 팔꿈치 뼛조각이 떨어져나가며 수술과 재활을 거쳐야 했다. 재활을 마친 후 다시 외야수로 전향했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종찬은 좌절하지 않았다. 잠재력을 인정한 경찰청에 입대했고, 유승안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2년간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2010년 99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7홈런 43타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86경기에서 타율 3할5푼9리 5홈런 4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북부리그 타격 2위 오를 정도로 정확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때마침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가 김종찬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지난해 8월 계약금 5000만원과 연봉 2400만원에 NC와 계약하며 꿈에 그리던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188cm, 102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지는 장타력에 정교함까지 갖췄다. 미국 현지에서도 나성범·이명환·조평호와 함께 가장 많이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린다.
김종찬은 "김경문 감독님께서 중심타자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셨다. 나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타격 페이스는 생각대로 오르고 있다. 그러나 수비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개막일에 맞춰 수비 페이스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만족은 없다. 김종찬은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며 2012시즌 끝없는 질주를 선언했다. 타격 부진 속에서도 기회를 아끼지 않으며 잠재력을 이끌어낸 김경문 감독도 김종찬의 가능성을 믿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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